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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현대무용, 예술과 생존의 기로에서 - 무용가 김기훈




현대무용, 예술과 생존의 기로에서 

 

-‘팩토리 1+1+1’ 안무가 김기훈

 

순수예술이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취업률을 평가 잣대로 순수예술학과의 폐지 논란이 일었던 사실만 봐도 현재 순수예술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절실히 알 수 있다. (지난 6월, 교육부는 내년부터 정부의 대학평가에서 인문과 예체능 계열의 취업률은 취업률 지표 산정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술의 근간이라고 불리는 순수예술이 어쩌다 이렇게 계륵 취급을 받게 된 것일까. 현대무용 안무가 김기훈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순수예술에 대한 교육 시스템과 지원 시스템의 문제에서부터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덧붙여 김기훈은 자신을 포함한 다수 현대무용수가 겪는 어려움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말한다. 예술을 한다는 것, 춤을 춘다는 것, 그리고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고민을 관객과 공유하고 싶은 안무가 김기훈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현대무용의 상황과 문제점을 들여다보았다.     

 

인터뷰 : 현승인 / 신현나 

: 현승인 (funkaline@gmail.com)

 

 

-사라져가는 무용 무대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김기훈 : 현대무용을 하는 김기훈입니다. 무용수로 일하고요 안무가이기도 합니다. 돈은 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것으로 벌고 있어요. 현재는 ‘팩토리 1+1+1’이라는 아티스트 네트워크 그룹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하시는 일이 매우 많으시네요. 

 

김기훈 : 학생 때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안무가가 됐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고요. 어느 시점이 되면서 제가 하는 일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힘들어졌어요. 셋 모두 다 해야 하는 상황이죠. 가르치는 일만 하고 싶다고 해서 무용수로서의 활동을 게을리 하면 더는 무용수가 아니라는 분위기도 있거든요. 생활이 안정되지 않다 보니 무용수를 하더라도 생계를 위해서는 가르치는 일을 해야 하는 거죠. 나이가 들수록 가르치는 일에 시간의 비중을 더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무나 작업을 할 시간이 줄어들어요. 그런 상황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힘들죠.   

 

Q. 보통 많은 무용수가 같은 상황인가요? 대학 강의나 레슨은 무용수 중에도 소수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무용수 활동 이후에 강의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분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나요?

 

김기훈 : 솔직히 말하면 강의만으론 절대 생계유지가 안 돼요. 시간강사 중에서도 특히 예술 쪽 시간강사들은 정말 힘들어요. 요새 춤을 배우고자 하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대학 밖에도 레슨이 많아졌거든요. 게다가 순수무용은 강의 자리가 많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요가자격증을 딴다든가, 생활무용으로 전향에서 문화센터에서 강의하는 그런 친구들이 많죠. 현대무용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공연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바람에 프로젝트를 따기도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많은 친구들이 뮤지컬 쪽으로 많이 빠지죠. 근데 뮤지컬도 힘든 건 매한가지에요. 아무리 성공한 뮤지컬이라도 실제 그 안의 출연자들은 여전히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죠.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거리가 없어서 찾아갈 수밖에 없는 건가요?

 

김기훈 : 그렇죠. 돈도 돈이지만 어쨌든 그곳엔 아직 무대가 있기 때문이죠. 무대를 계속 서지 않으면 감이 떨어지거든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하루를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동료가 알고, 삼일을 쉬면 관객이 안다.’는 말인데요. 그 말처럼 계속 관리를 하지 않으면 무대에서 바로 티가 나요. 관객들은 굉장히 냉정해요. 기량이 떨어지면 바로 알아채죠.

 

Q. 현대무용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장르잖아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떻게 관객들이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걸까요? 

 

김기훈 : 일반인 관객들도 오시지만, 대부분이 친구, 가족, 지인 이렇게 와요. 대학교 동문에서도 많이 오고요. 그리고 예중, 예고에서 단체로 오기도 하고요. 결국, 무용계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 적게는 70%, 많게는 90%가 오는 거예요. 어떨 때는 무용하는 사람들만 공연을 보러 올 때도 있어요. 사실 이것도 참 문제인데요. 일반관객들이 현대무용이 낯설고 어렵지만, 그렇다고 일반관객의 눈에 맞춰서 공연 하면, 실제로 공연을 보는 무용계 사람들은 유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접점을 잘 찾아서 기획해야 하는데 쉽지 않죠. 더구나 현대무용에 대한 지원도 줄고 있고요. 순수예술이나 창작 지원금의 액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지원금 자체가 지역 공동체, 시민 커뮤니티 쪽으로 옮겨가고 있죠.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에요. 

 

 

 

-입시와 성과 위주의 예술 교육 

 

Q. 왠지 예술 교육시장의 문제와도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요, 무용계 대부분이 대학교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들었습니다. 현대무용은 어떤가요? 

 

김기훈 : 다른 무용계도 그렇겠지만, 현대무용은 대학교 동문이 굉장히 끈끈해요. 교수님 중심으로 일이 많이 돌아가죠. 그런데 그런 분위기가 최근에 많이 약해졌어요. 예전에는 학교에 얽매여 있고 외부 활동을 못 하게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풀렸죠. 무용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대한민국의 1세대 교수님들이 5-6년 전부터 정년퇴임을 많이 한 것이 이유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독립안무단체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동문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안무가로서 개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시류가 이렇게 바뀌면서 젊은 안무가들도 많이 나오고요. 문제는 시장이 커지지 않았는데 안무가들이 너무 많아 나왔다는 거죠.

 

Q. 외국 같은 경우는 어떤가요? 외국의 무용계에도 대학교의 힘이 강한가요?

 

김기훈 : 제가 알기엔 미국과 독일 등 무용과가 있는 대학교가 몇 군데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있어도 안무법, 이론, 교육론 등을 공부하고 개발한다든가 그런 목적이죠. 외국에선 어렸을 때부터 전문 무용수 교육을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예중, 예고라고 보시면 돼요. 그다음엔 바로 프로 단체 들어가거나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대학교에 들어가거든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예중, 예고를 나온 다음 무조건 대학을 가서 또 배워야 하는 거죠.

 

Q. 우리나라 예중. 예고에서 배우는 것과 대학교와 배우는 것이 다른가요?  

 

김기훈 : 너무 대학, 대학 하니까, 고등학교 때도 입시 위주의 춤을 배우는 거죠. 그러니까 춤이라기보다 입시를 위한 기술을 배우는 거예요. 저는 콩쿠르에 너무 집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데요, 콩쿠르란 테크닉을 경쟁하는 곳이기 때문에 콩쿠르를 준비하면 테크닉만 연습하게 돼요.  테크닉 자체는 테크닉일 뿐 춤은 아니에요. 그렇게 테크닉을 배워서 대학교에 들어왔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그런 춤을 안 추고, 좀 더 발전된 예술적인 움직임으로 춤을 춰야 하는 거죠. 결국, 대학교에서 다시 배워야 하는 거죠. 결국엔 대학교를 들어가야 하는 시스템인거죠. 그래서 좀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 그럼 만약 예중, 예고에서 입시 위주의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현장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렇다면 무용하시는 분들이 굳이 예술대학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김기훈 : 전체 시스템이 바뀔 수 있다면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되겠죠.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에선 그럴 수밖에 없는 거죠. 대학교 동문도 중요하고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그렇잖아요. 뭘 하든 무조건 대학교는 나와야 된다는 거죠. 지금은 석사도 나와야 한다고 그러는데요, 뭐. 저 역시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긴 하지만요. (웃음)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공연 중 ⓒ팩토리 1+1+1

 

 

 

-더 잘 먹고 더 잘 살기 위해 

 

 

Q. 지금 현재 활동하고 계신 ‘팩토리 1+1+1’ 무용단에 대해서 설명 부탁할게요. 

 

김기훈 : ‘팩토리 1+1+1’은 아티스트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독립무용단입니다. 손영민이라는 친구와 제가 2009년에 처음 만들었고  그 동안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프로젝트 협업작업을 해왔어요. ‘팩토리 1+1+1’을 만들게 된 이유는 각자 작업을 해오면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데 많은 제약을 받는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무용단을 만들어 눈치 안보고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거죠.

 

Q. ‘팩토리 1+1+1’가 선보였던 공연 중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라는 제목의 공연이 있더군요. 이 공연은 어떤 내용인가요?   

  

김기훈 : 이 공연을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요. 미국 공연을 준비하면서 비자를 받았는데요. 비자를 받기 위해선 1년 소득을 증명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봤는데 제가 1년 동안 번 돈이 육백만 원이 안 되더라고요. 너무 웃기더라고요. 계속 무엇인가를 열심히 했는데 연봉이 육백만 원이 안 되다니. 그러면서 우린 왜 이렇게 힘들게 살까, 고민하게 됐죠. 그래서 제목을 ‘더 잘 먹고 더 잘 살기 위해’로 정한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힘들게 살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많은 분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부러워하지만 우리 역시 똑같이 힘들다는 거죠. 그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Q. 그래서 공연을 통해 더 잘 먹고 더 잘살게 되었나요? (웃음)

 

김기훈 : 사실 더 못 먹고 못 살게 되었어요. (웃음) 공연 자체는 성공적이었어요. 3일 연속 만석을 채웠죠. 하지만 결정적으로 자금운용에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는 지원금을 받아서 만들었는데요, 천만 원이 나왔어요. 근데 사실 천만 원이란 돈을 가지고 공연을 하려면, 세트 없이 한다고 해도 듀엣이나 트리오 이상 올리지 못해요. 의상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의상을 입어야 하고요. 무용수 4명 쓰고, 조명, 무대감독 인건비를 주면 천만 원이라는 지원금은 사라지죠. 그 외에도 연습실 빌리고 소극장 3일 대관하니 총 2600만 원 정도가 나오더라고요. 티켓 수익을 제해도 결국 마이너스가 나더라고요. 결국, 그 마이너스를 강의나 다른 일을 통해 번 돈으로 메우는 거죠. 그러니까 강의해서 먹고 사는 것도 신경 쓰면서 이런 식으로 공연에 투자도 해야 하는 거죠. 아니면 빚내고 그 다음에 빚 갚고, 또 빚내고 빚 갚고. 올해에는 그 지원마저도 못 받았죠. 하고 싶은 공연을 기획해서 지원서를 냈는데, 떨어졌어요. 그래도 공연은 할 거에요. 스폰서를 계속 알아보는 중이죠. ‘전문무용수지원센터’를 통해서 무용수들 오디션도 보고 있고요. 하지만 결국엔 분명히 또 마이너스가 나겠죠. 그래도 하고 싶어서 하는 거죠. 

 

Q.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공연하는데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나요?

 

김기훈 :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무용수들에게 직접 지원금을 지원해주고 있어요. 그러면 저희의 무용수 인건비가 많이 절약되죠. 무용 활동 경력도 증명해주고 상해부터 전반적으로 지원을 해줘요. 그래서 저희뿐만이 아니라 다른 단체들도 지원센터를 통해서 오디션 공지를 하고 뽑히면 페이를 지원센터에서 지원해주는 거죠. 

 

Q. 지원절차가 복잡하지는 않나요? 

 

김기훈 :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요. 저희는 지원센터와 계약서를 쓰고, 오디션을 보는 배우들은 센터와 계약서를 쓰죠. 저희도 그렇고 배우들도 페이에 관해서 신경을 안 써도 되니까 마음이 편하죠. 

 

 


ⓒ양리혜

 

 

 

-돈을 벌려고 예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Q. 무용계 전반적으로 활동 수명이 짧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직업전환교육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예술가 입장에서 은퇴 후의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는지 궁금합니다. 

 

김기훈 : 그게 가장 큰 문제죠. 실제로 은퇴 후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 실패한 동료 안무가들이 많아요. 아 정말 우울한데, 그래서 은퇴를 생각하기 전에 웬만하면 다른 직업을 가지라고 말하죠. 무용을 하되,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직업이요. 그게 가르치는 게 되었든, 뭐가 되었든 간에요. 왜냐면 무용수와 안무가로는 먹고사는 것까진 책임질 수 없어요. 절대 못해요. 당장 결혼만 한다고 생각해도 앞이 깜깜하죠. 그래서 보통 뮤지컬 공연 기획이나 연극 기획으로 빠지는 친구들이 많아요. 아예 다른 직업으로 전향하는 친구들이 많고요. 남자 무용수들이 가장 많이 바꾸는 직업이 보험이에요. 아니면 결혼을 잘한다든가. (웃음) 

 

Q. 각 예술계 현장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바로 이런 문제였어요. 예중, 예고 시절부터 자신에게 여유를 허락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와서 대학까지 졸업해서 사회에 나왔는데, 그 결과가 정말 이거밖에 안 되나 하소연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김기훈 : 중, 고등학교 때부터 콩쿠르 준비도 해야 하고, 학교 공부도 해야 하고. 할 게 엄청나게 많아요. 그 와중에 몸매관리 한다고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죠. 근데 막상 무대에 설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서 고민을 하게 되죠. 그래서 주변에 보면 대학에 와서 사춘기가 오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아요. 뭔가 허하다는 거죠. 그런 친구들이 물어보죠. 졸업하고 뭘 해야 할까요? 그럼 너무 슬픈 거예요. 내가 뭐라고 답을 해줄 수 없는데. 잘 되면 나 정도 될까? (웃음) 저도 잘 된 건 아닌데 말이에요. 

 

Q. 무용뿐 아니라 예술계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고질적인 문제인 것 같은데요. 오랜 시간과 비용을 지급하고 무용수가 되었는데, 결국 무용수라는 직업으로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가 없다는 거잖아요. 이런 부분은 예술대학 내부에서 어느 정도 신경을 써줘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데요.

 

김기훈 : 맞아요. 돈을 벌기 위해 예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생계는 보장되어야 하죠. 예술을 하니까 무대에 서는 것만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춤만 추면 된다고 가르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대학 안에서도 다른 길로 갈 기회를 줄 수 있어야죠. 요새 인기 있는 댄스스포츠나 유아발레 같은 것도 대학에서 배울 수 있으면 좋은데, 그게 안 돼요. 이런 과들은 무용과가 아니라 체육학과에 있거든요. 그와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다시 체육학과에 가서 다시 배워야 하는 거예요. 학교에서 학생들이 여러 가지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하는데, 그게 시스템이 잘 안 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다른 길을 모색한다고 하면 학교 눈 밖에 나는 거죠. 학교에서는 학교의 성과를 위해서 많은 학생이 콩쿠르에 입상하길 원하거든요. 

 

 

 

 

-행정절차의 간소함과 공간 지원이 필요하다 

 

 

Q. 무용수, 예술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많이 말씀해주셨는데, 독립 안무를 하시는 분들이나 프리랜서로 하시는 분들끼리 단합을 통해 자신의 권익을 보장받으려고 하는 움직임들은 없나요?

 

김기훈 : 이제 좀 생기고 있죠. ‘이구동성’이라는 단체가 그걸 하기 위해서 생겨난 대표적인 단체에요.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봐요. 근데 결과적으로 제도 자체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이구동성’과 같은 단체들은 앞으로도 계속 많아질 거예요. 근데 그런 우리의 권익을 주장하는 단체가 많아진다고 해서 풀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행정적으로 복잡한 부분들이 너무 많아요. 예를 들어 ‘팩토리 1+1+1’의 사업등록증은 제가 아니라 손영민이라는 친구 앞으로 되어있는데요, 그 이유는 간단해요. 저는 경기도민이라서 제 앞으로 사업등록증을 내면 서울에 있는 지원 사업에 지원을 못 하거든요. 그리고 저희는 법인 단체도 못 내죠. 우리 공간이 없으니까요. 임의단체로 사업자를 내는 단체들은 대부분 자기 전셋집으로 사업자를 내죠. 그리고 이런 지원을 부지런히 잘 확인하지 않으면 지원받기가 참 힘들어요. 그래서 전문무용수센터의 지원도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상해치료 같은 경우엔 너무 복잡하고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그냥 자기 돈으로 치료하고 그래요.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면 적극적으로 지원 대상에 홍보를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우리나라 지원 시스템 중에 가장 먼저 변해야 한다고 혹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김기훈 : 무용 쪽의 지원 사업은 공모전이 많아요. 공모전이라고 해봐야 1등에게만 혜택을 주고 나머지에 돌아오는 보상은 별로 없죠. 기금 지원은 행정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고요. 지원을 받아도 예산 항목에 안무가 인건비도 책정이 안 되거든요. 이런 게 좀 바뀌었으면 좋겠고요. 또 현재 비어 있는 극장들이 되게 많아요. 공간은 많이 생겼는데, 그걸 이용할 돈이 없죠. 공간과 단체를 연결해주는 무엇인가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지금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게 바로 연습실이에요. 비는 공간이 있다면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서포트 해주는 지원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굳이 단체가 아니더라도 개인도 가능할 수 있게요. 저희처럼 독립안무단체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개인 혼자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어찌 보면 그런 분들이 가장 복지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싶어도 서울에 자기 소재의 집이 없어서 못 내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게끔 고민해야겠죠.

 

 

 


/ 인터뷰이 소개

 

김기훈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를 졸업했으며 LDP 무용단의 창단멤버 이기도 하다. 그 외 독일 뮌헨 Living room 객원멤버로 활동하는 등 무용수로서 여러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제9회 파리국제무용콩쿠르 Finalist, 제33회 동아무용콩쿠르 현대무용 금상, 독일 뮌헨시 선정 젊은 무용수 부문 지원금 수상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안무작으로는 제2회 Bravo Danetur '상실' 안무 (국립극장), 제6회 SIDance '젊은 무용가의 밤' '12시간' 안무 (예술의전당 자유 소극장), 제5회 LDP무용단 정기공연 'missing link' 안무 (국립극장) 등이 있으며 현재 독립안무단 ‘팩토리 1+1+1’의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팩토리 1+1+1 

특정 영역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무용 단체이다. 안무가 손영민, 김기훈이 모여 결성한 팩토리 1+1+1은 2009년 1월 창단된 아래로 <불편한 진실>, <뒤를 보다>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개인의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기억을 개성 있는 몸짓으로 풀어내고 있다. 팩토리 1+1+1은 예술가들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열린 네트워크 그룹이 되고자 한다. 

 

 


■ 인터뷰이 개인의 의견은 <인터뷰레터 : 들음>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뷰 : 신현나 / 현승인

: 현승인 (funkaline@gmail.com)

사진 : 팩토리1+1+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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