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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만화산업 해법, 포털비판이 능사는 아니다 - 에이코믹스 김봉석 편집장




정글같은 만화 생태계, 정부의 역할은?

만화비평매체 에이코믹스 편집장 김봉석 

 

만화 ‘타짜’, ‘식객‘ 등 수많은 흥행만화를 만든 허영만 화백이 새로운 연재만화 ’식객2‘를 카카오 모바일 콘텐츠 판매 장터 '카카오 페이지'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허 화백의 이러한 도전은 만화계의 적지 않은 이슈를 낳았다. 한국 만화계의 가장 상징적이고 인기 있는 만화가가 포털 사이트 위주로 돌아가는 현재의 웹툰 시장에 반기를 든 셈이다. 허 화백의 행보로 만화 작가들의 처우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포털에 대한 질타와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포털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형태의 유통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 만화비평매체 에이코믹스의 김봉석 편집장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의 움직임 역시 웹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변해가는 시장의 변화일 뿐, 시장 논리 안에서 처해진 만화 작가의 처우는 예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봉석 편집장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창간을 앞둔 만화없는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김봉석 편집장을 만나 현재 만화계의 문제점과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 이야기해 보았다.    

  

인터뷰/글 : 현승인 (funkaline@gmail.com)


 


-좋은 만화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싶다 

 

Q. ‘에이코믹스’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김봉석 : ‘에이코믹스’는 만화비평매체입니다. 그동안 만화가 실린 만화잡지는 있었지만, 만화에 대한 담론이나,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는 곳은 거의 없었어요. 가끔 인터넷상이나 혹은 무크지를 통해 만화작품을 평가하는 곳은 있었지만, 오래가진 못했죠. 그러다 1년 전 윤태호 작가가 만화를 비평하는 매체를 함께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왔어요. 저 역시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함께 매체 창간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러 다녔습니다. 그러다 출판사 ‘위즈덤 하우스’에서 초기 자금을 투자를 해주어서 어렵사리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일단 먼저 시작하고 앞으로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 것이냐를 고민해보기로 한 거죠.  

 

Q. 문화비평시장이 영화, 음악을 포함한 모든 문화 분야에 걸쳐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화비평매체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김봉석 : 어렵지만 윤태호 작가와 저를 포함한 에이코믹스 구성원 모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만든 것이죠. 인터넷이 발전함에 따라 정보와 콘텐츠가 매우 많아졌는데요, 옛날에는 영화건 만화건 간에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콘텐츠의 수가 적었어요. 그만큼 그 안에서 좋은 콘텐츠와 나쁜 콘텐츠를 구분하기가 쉬웠죠. 반면에 지금은 너무 많아서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좋은 콘텐츠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렇게 많은 수의 콘텐츠가 쏟아지니까 소비자들은 오히려 혼란을 겪게 된 거죠. 저희는 기준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저희가 만화작품에 대한 가치를 철저히 해부하면서 아카데믹한 비평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리뷰라는 것은 비평가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이 작품이 볼만한 가치가 있다, 혹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거든요. 대중과 작품 사이의 가교 구실을 하는 거죠. 마치 내비게이션과 같은 거예요. 저는 지금의 문화 미디어매체들이 이런 내비게이션 역할을 잘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에이코믹스에서는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려고 해요. 예를 들어 웹툰 리뷰를 들 수 있습니다. 현재 포털을 포함한 여러 매체에서 총 50편 이상의 웹툰이 나오고 있는데요. 정말 많아요. 아무리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하루에 그걸 다 보는 것은 불가능하죠. 어쩔 수 없이 골라봐야 하는 건데, 판단 기준이 없어요. 재밌는 웹툰을 본다기보다 트래픽 수가 높은 웹툰을 보죠. 그래서 에이코믹스는 매요일마다 ‘웹툰 베스트 10’을 선정해서 기사를 올릴 거예요. 좋은 웹툰을 추천해주는 거죠. 그 외에도 만화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이야기 할 거예요. 이런 활동의 주된 목적은 대중이 만화에 더 관심을 갖게 하는 겁니다. 

 

 


 

                                                         ⓒ 양리혜

 

 

 

-조회수로 콘텐츠를 평가하는 것이 문제 

 

Q. 사실상 현재 우리나라의 만화시장의 유일한 유통 통로가 포털의 웹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출판만화시장에서 웹툰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겠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변화도 상당하다고 생각되는데요. 

 

김봉석 : 만화시장이 출판만화에서 웹툰으로 옮겨가면서 여러 가지 말이 많았는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만화는 어떤 그릇에 실리든 관계없이 결국 만화라고 생각해요. 콘텐츠를 담는 그릇은 산업적인 변화와 대중의 호응으로 바뀌어 가는 거죠. 예전에 LP를 많이 모았었는데, 지금은 다 처분했어요.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을뿐더러 관리하기도 어렵거든요. DVD도 슬슬 처분하고 있고요. 그냥 파일로 보관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거죠. 이 편의성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웹툰이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편의성 때문이죠. 과거에도 사람들이 왜 만화책을 사서 보지 않고 대여점에서 빌려보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옛날에는 만화책을 사서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교보문고와 같은 서점에서 만화책을 팔지 않았거든요. 만화책을 사려면 도매상을 갔어야 했어요. 동네 문방구에서 인기 있는 만화책을 파는 정도가 전부였죠. 서점에서 만화를 팔기 시작한 지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에서만 보면 웹툰은 만화시장에 공헌한 셈이에요. 만화를 쉽게 접하게 만듦으로써 대중이 보다 더 익숙해지게 만들었거든요. 인기 있는 웹툰은 몇 십만 명이 봅니다. 오래된 만화는 백만 명도 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보면 영화보다 많이 본다는 거죠. 좋든 싫든 웹툰이 명실상부 강력한 매체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Q. 웹툰이 강력한 매체가 되었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만화가 입장에선 그리 반길만한 일은 아니지 않나요. 과거엔 출판만 하면 전국의 대여점 덕분에 1,000부 이상은 팔렸을 것 같은데요. 현재 웹툰 원고료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당시의 시스템이 그나마 만화가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봉석 : 과거 대여점 시장 시절에도 부익부 빈익빈은 존재했어요. 모든 만화작가의 작품이 대여점에 들어갔으면 그나마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았죠. 대부분 인기작가의 작품만 팔렸어요. 그리고 대여점 시장만을 노린 작품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바로 싸구려 일간 만화죠. 만화의 퀄리티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거죠. 시장이라는 게 늘 그런 문제가 있는 건데, 지금의 웹툰의 문제도 역시 비슷해요. 적당하게 대중의 기호에 맞춘 작품들만 인기가 많은 거예요.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도 웹툰을 통해 들어온 광고 수익을 작가와 분배하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대여점 시절과 비슷한 문제가 생기는 거죠. 또다시 부익부 빈익빈이 되는 거예요. 과거에 출판만화 시스템에선 등단하기가 어려웠지만, 일단 등단을 하면 서울문화사나 대원출판사 같은 출판사에서 어느 정도 책임을 졌어요. 지금은 등단이 쉬워졌지만 그 누구도 작가를 책임져 주지 않죠. 말 그대로 정글인 거예요. 아무리 인기가 높은 작가도 연재가 끝나면 아무 것도 아닌 거죠. 

 

Q. 웹툰 고료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작업량과 비교하면 고료가 너무 적다, 부족한 고료를 메우기 위해 외부 일을 하기에는 연재에 쫓겨 시간이 부족하다, 갑의 횡포가 심하다, 이런 의견이 나오면서 포털이 아닌 자신들만의 페이지를 만들겠다고 한 움직임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죠. 이런 악순환을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지요.

 

김봉석 : 참 어려워요. 우리가 부러워하는 미국과 일본의 상황도 그리 다르진 않아요. 미국에서 잘나가는 'DC코믹스'와 ‘마블 코믹스’ 의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다 회사 소유이죠. 캐릭터의 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작가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그리 많지 않아요. 기존의 캐릭터를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다 보니, 작가들이 힘을 가지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작가들이 따로 나와 작가 위주의 회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결국 다 망했어요. 이게 절대 쉽지 않은 거예요. 자본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기 때문이죠.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포털의 힘 역시 그만큼 강력한 겁니다. 이미 네이버 광고가 3사 방송사 다 합친 것보다 더 세요. 이걸로 게임 끝이죠. 이 시스템을 만화작가들이 뭉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개인이 구조와 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거죠. 물론 작은 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해나가야겠지만. 그리고 사실 세상이라는 게 영원한 것은 없거든요. 포털도 웹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광고가 줄고 있어요. 이런 점에서 포털이 긴장하고 있죠.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포털이 굉장히 문제라고 하는데, 사실 예전 출판시장 당시 ‘대원출판사’와 ‘서울문화사’의 횡포도 심했어요. 그 시절이 지금보다 훨씬 좋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는 거죠. 지금의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고민도 해야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현재 시스템의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고 생각해요. 무조건 포털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이런 변화 속에서 대중과 잘 만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해야 하는 거죠. 

 

Q. 최근 포털의 대안으로 새로운 만화 유통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봉석 : 긍정적이라고 봐요. 포털 이외에 다른 콘텐츠 유통 통로를 만들고, 유료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죠. 하지만 현재 카카오페이지와 같은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카카오페이지는 기본적인 원고료 없이 수익이 나면 그걸 그대로 배분하는 시스템입니다. 만약 그 콘텐츠가 수익이 나지 않으면 작가가 받는 돈은 0원 인 거죠. 허영만 화백 같은 경우에도 카카오 페이지에서 수익이 불과 수백만 원 밖에 안 나왔어요. 기존의 원고료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죠. 굉장히 안 좋은 방법으로 유료화시킨 거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작가들에게 어느 정도 원고료를 보장한 후에 수익을 분배하든가 했어야 하는 건데, 되게 치사한 방식으로 유료화한 거죠. 기본적으로 IT 산업에서는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조회수가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돼버린 거죠. 그래서 모든 콘텐츠가 하향 평준화가 되는 거고요. 

 


 

                                                        ⓒ 김현곤

 

 

 

-만화의 가치를 대중에게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Q. 과거 출판만화 시절에는 도제시스템이 있었잖아요. 도제시스템의 단점도 많지만, 장점도 있었다고 보는데요. 도제시스템 안에서 숙련을 거친 작가가 등단하면 어느 정도 실력이 보장되었죠. 그만큼 롱런하는 작가도 많았고요. 문턱이 높다는 것은 그 시스템이 견고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도제시스템이 사라진 지금의 웹툰 시장은 이러한 안전장치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성공했다가 추후에 후속작을 못 내서 사라진 웹툰 1세대들도 존재하고요.  

 

김봉석 : 한순간에 완전 시장 논리로 넘어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출판 만화시장을 선도했던 ‘대원출판사’나 ‘서울문화사’ 같은 대형 만화 출판사가 만화 인프라에 투자하면서 이후의 시장을 선도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죠. 대여점에 시장을 뺏겼다고 욕만 했지, 만화를 쉽게 사서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는가 하면 전혀 아니었거든요. 그러는 사이 모든 시장이 포털로 이동해 버린 거죠. 보통 이런 경우가 없어요. 영화시장 같은 경우에는 대기업과 금융자본이 들어왔지만 적어도 기존의 충무로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을 만들 수 있었어요. 반면에 만화는 그러한 경험 없이 순식간에 포털이 죄다 가져가 버린 거죠. 기존 시장과 완전히 단절되어버린 거죠. 그러면서 지나치게 상업논리로 확 몰려가 버린 거고요. 

 

Q. 영화시장을 예로 많이 드셨는데, 영화계에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계의 선배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고요. 만화계 역시 선배들의 주도 아래 이러한 움직임이 형성될 법도 했는데 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봉석 : 영화는 그런 움직임이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10년도 넘었죠. 그때부터 계속 이야기하니까 이만큼 된 거죠. 만화계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얼마 안 됐어요. 성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웃기지만 만화가들은 폐쇄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혼자 작업하는 사람들 특유의 성향이 있죠. 영화는 공동작업이잖아요. 그리고 돈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보니 필연적으로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거죠. 그런 부분이 만화계는 취약하다는 거예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이야기인데, 그동안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죠. 그러니까 국회에서 말도 안 되는 법들을 만들려고 하는 거잖아요. 기본적으로 자기 밥그릇을 자기가 챙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돼요.  

 

Q. 학교폭력이나 청소년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항상 게임과 만화가 몰매를 맞습니다. 우리나라의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증거인 셈이기도 한데요.

 

김봉석 : 15년 전에는 늘 영화가 욕을 먹었어요.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그 범인이 비디오 가게에서 뭘 빌려봤다는 이야기가 항상 뉴스에 나왔어요. 그러다가 영화계의 힘이 어느 정도 세지니까 영화라는 것이 중요한 문화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매체를 통해서 계속 설득을 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영화에 대한 공격을 잘 안 해요. 

 

Q. 그렇다면 매체들이 만화와 게임을 그렇게 다루는 이유가 뭘까요?

 

김봉석 : 사건의 원인을 만화와 게임으로 돌리면서, 대중에게 비난의 대상을 만들어주는 거죠. 그리고 장기적으로 광고를 많이 얻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죠. 그래서 계속 설득을 해야 해요. 좋은 만화가 나오면 됐지, 만화를 다루는 비평 매체가 뭐가 필요해? 라는 말을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런 비평을 통해서 계속 설득을 해야 하는 거예요. 설득하지 않고 단순히 중요하다는 말만 가지고는 대중은 절대 움직이지 않아요. 

 

 

 

-작품 중심 지원이 아닌, 대안적 유통망과 배급망이 필요하다


Q. 얼마 전 문화예술진흥법이 개정되면서 이제 문화예술 장르에 만화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법 개정이 만화계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시는 지요. 

 

김봉석 : 이러한 법 개정이 만화계에 꽤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부천시 시립도서관 운영조례라고 부천시에 위치한 도서관에 들어가는 책의 종류를 정하는 조례가 있는데, 그 때 만화가 빠졌어요. 부천은 만화의 도시인데, 도서관 운영조례에는 만화가 빠져 있는 거예요. 그걸 얼마 전에 바꿨다고 하더라고요. 법을 바꾸는 것은 대단히 중요해요. 부천시가 이 정도라면 다른 도서관들의 상황은 빤하죠. 

 

Q. 그렇다면 만화계를 위한 정부의 지원에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김봉석 : 작품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통망과 배급망에 대한 지원이라고 생각해요. 예전 대여점처럼 1,000부씩만 팔려도 수익이 났던 것처럼 좋은 작품이 있다면 정부에서 출판지원금을 주고 전국 도서관에 뿌리는 거죠. 거기에 대한 인세는 작가에게 주고요. 정부지원은 결국 세금으로 운용되는데, 그럼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이득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 작품들을 볼 기회를 얻는 것이죠. 좋은 작품을 출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그 작품을 볼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작가들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고, 그 노력을 한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겠죠. 그리고 잘나가는 작가들이 아니라 잘 안 나가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의 작품 위주의 지원 시스템은 유명한 작가 혹은 대중적으로 인기 있을 만한 작품을 주로 지원하거든요. 예술적이지만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을 만한 작품들이 지원이 안 되고 있죠. 또한, 연재와 연재 사이에 기간이 길어졌을 때 만화가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Q. 예술인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가 바로 노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만화가 은퇴 후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것이냐는 거죠. 

 

김봉석 : 근데 그거는 일반인도 마찬가지잖아요. 이건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한국사회의 전체의 문제거든요. 물론 퇴직금이 없고, 직장인과 비교하면 사회성이 부족하기도 하지만요. 연금보다 재교육에 더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무원 연금도 죽이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판인데, 예술인 연금은 힘들다고 봐요. 예술인은 스킬이 있잖아요. 그 스킬을 은퇴 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죠. 공동으로 이 사람들이 작품 활동을 할 방법들을 찾던가요. 연금보다 이쪽이 더 우선시해야지 않을까 해요. 

 

 

 

 


/ 인터뷰이 소개

 

김봉석

만화없는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편집장, 대중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시네필> <씨네21> <한겨레> 기자를 거쳐 컬처 매거진 <브뤼트>의 편집장을 지냈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기자가 되었고, 영화 이상으로 좋아하는 장르소설, 만화, 대중문화, 일본문화 등에 대한 글을 다양하게 쓴다.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하드보일드를 읽는 힘> 등의 책을 썼다. 


에이코믹스

http://www.acomics.co.kr

  

 

■ 인터뷰이 개인의 의견은 <인터뷰레터 : 들음>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뷰/글 : 현승인 (funkali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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