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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대담] 21세기 콘텐츠 산업, 계약 문화는 20세기 - 위근우/김남균/김마스타




<대담> 21세기 콘텐츠 산업, 계약 문화는 20세기

: 예술인이라면 알아야 할 국내 콘텐츠 업계의 계약 이야기 

 

계약의 사전적 정의는 ‘관련된 사람이나 조직체 사이에서 서로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하여 글이나 말로 정하여 둠’을 뜻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현대인에게 계약은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관문과 약속, 그리고 보호망이다. 예술인 또한 예외는 아니다. 예술을 통해 먹고 사는 예술인 역시 경제활동의 주체이며 계약 당사자인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예술인이 계약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많은 예술인이 계약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체결하여 막대한 손해를 입기도 하고,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상황들이 벌어지는 문제의 첫 번째 원인은 불공정계약을 강요하는 ‘갑’의 횡포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안타까운 두 번째 원인. 예술인들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예술계의 계약 피해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현재 국내 콘텐츠 업계의 계약관행과 해결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이번 대담을 통해 예술인들이 계약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왼쪽부터 김남균, 김마스타, 위근우 ⓒ 양리혜


일시 | 2013. 08. 11 pm 2시, 그문화갤러리 

 

함께 해주신 분들 |

아이즈 기자 위근우 (사회)

그문화갤러리 대표 김남균 

뮤지션 김마스타 

 

 : 현승인(funkaline@gmail.com) 


 

-저작권 계약, 국내 콘텐츠 업계의 제조업 마인드가 문제

 

위근우 : 예술계의 계약관행과 저작권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두 분을 모셨습니다. 김남균님과 김마스타님께서 각 분야의 큰 선배이시기도 하고 많은 후배에게 계약에 대한 여러 조언을 해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먼저 각 현장에서 현재 계약관행이 어떠한지 묻고 싶습니다.  

김남균 : 우연히 일러스트 데뷔를 조금 일찍 해서 계약이라는 경험을 일찍했어요. 중학교 때 데뷔했거든요. 그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12년 전에 일러스트레이터 매니지먼트를 운영하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일러스트 관련된 계약도 다양하게 경험하게 되었죠. 지금까지 쓴 계약서가 3,500건 정도 돼요. 그러다 보니 출판 일러스트 관련된 계약서 사례라든가 출판의 생리, 환경에 대해서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계약서는 모조리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차피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잘 아시겠지만, 한미.유 FTA로 인해 변화가 생길 수 있어요. 앞으로 외국과의 저작재산권 계약이 많아질 텐데, 최혜국 대우 조항 때문에 외국과 일을 할 때는 그들이 원래 갖고 있는 환경을 원하면 맞춰야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상호 형평성 있게 해주지 않으면 분위기상 문제가 될 것이니까요. 어차피 현재 도출되고 있는 저작권은 외부 압력으로 바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위근우 : 우리나라 내부에서 변화시키는 방법은 없을까요? 

 

김남균 : 힘들다고 봐요. 출판업뿐 아니라 콘텐츠 시장 자체가 아직도 제조업 마인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요. 제조업 즉 유형재에서 서비스업 즉 무형재로 이동하고 있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마인드는 유형재 사업 그대로죠. 유형재와 무형재는 설비 프로세스도 다르고 도약기 부터 안정기, 침재기 등 그래프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지표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봐도 딱히 뾰족한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결국, 강경한 방법 즉 소송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음원 시장 같은 경우에 해외는 3대 7, 2대 8인 경우도 많아서 창작자가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잖아요. 그건 중간 유통과정 프로세스가 달라 손실되는 부분이 덜 하기 때문이죠. 제조업 같은 경우에는 창고도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세금과 유지비용, 수출의 경우 선박비용 그리고 재고처리에 대한 부담도 가져야 하는데, 지금의 음원시장은 그렇지 않잖아요. 일단 음원을 다운로드 사이트에 걸어놓으면 비용이 많이 절감되니까요.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에선 여전히 전통적인 제조업의 마인드를 가지고 생산자에 대한 대우를 하고 있는거죠. 

 

김마스타 : 음악업계의 계약은 아직도 열악합니다. 일단은 서면계약서 없이 구두계약으로 하는 경우가 90%에요. 서면 계약을 한다고 해도 보통 대기업 계약서를 차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죠. 대기업이 쓰던 계약서에 빈칸만 바꿔서 쓰는 거죠. 사실 음악업계에 있던 사람들은 계약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약해요. 언제, 어디서, 얼마. 이것만 제대로 이야기되면 좋은데, 그게 잘 안 되고 있어요. 제일 중요한 ‘얼마’가 이야기 안 되는 경우가 많죠. 계속 주먹구구로 가는 거죠. 인디 씬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구두계약 때문이에요. 상생해야 하는데, 같이 죽는 길로 가는 거죠. 예를 들면 “야 이거 음악 괜찮다. 형이 한번 제작해볼게.” “형 얼마 줄 수 있어요?” 그럼 바로  “이 자식이.. 우리 사이에 무슨 돈이야, 술이나 한번 먹자.” 이러거든요. 예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하겠지만, 음악 하는 사람들은 계산에 그리 밝지 못해요. 그리고 암묵적으로 예술인은 돈을 밝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나이 많으신 분들이랑 계약할 때는 그런 게 힘들죠. 

 

위근우 : 하지만 예술가들도 생활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출판 같은 경우에는 선인세가 있고, 미니멈 개런티가 있는 거고요. 이런 것들이 창작자들에게는 하나의 안전망인 건데 현재 음악업계는 그런 게 없는 건가요? 

 

김마스타 : 90년대 초에 없어졌어요. 예전에 동아기획이라던가 서울음반, 도래미 이런 곳에서는 계약금이라는 속칭 ‘마이킹’이라고 부르던 선인세 개념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아예 없어져 버렸죠. 레코드사가 MP3 나오면서 다 망했잖아요. 그 때부터 선인세 계약이 없어진 거예요. 현찰이 안도는 거죠. 옛날엔 앨범 팔면 수금되는 게 있었는데 음악의 형태가 MP3로 바뀌면서 레코드사도 힘이 약해진 거죠. 그러면서 어느 순간 마이킹 자체가 없어진 거고요. 사실 음악 하는 데 선인세는 필요해요. 6개월에 앨범 한 장을 계약하고 선인세 받은 돈으로 먹고 사는 건데요. 선인세는 창작에 대한 투자비용이기도 한데, 투자가 없으니까 제대로 된 제품이 안 나오는 거죠. 결국 같이 망하는 거고요. 계속 밑으로 내려가는 거죠. 예를 들어서 1억 주면서 만들 때의 퀄리티와 ‘힘들 때 소주나 한잔 하자. 술이나 한잔 사줄게.’ 이런 식으로 때울 때의 퀄리티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죠.

 

김남균 : 출판업계도 곧 이렇게 될 것 같아요. 음악을 담는 포맷이 변화해서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가 된 것처럼, 출판도 E-Book이 나오면서 전통적인 종이책인 유형재 사업에서 점점 무형재 사업으로 가고 있잖아요. 다만 출판시장이 공격적으로 E-Book시장으로 옮겨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63조 출판권의 설정을 보면 E-Book은 법리적으로 출판권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요. 출판권은 복제권과 배포권이 설정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E-Book은 배포가 아니라 테이터 전송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전송으로 보호될 뿐 출판권이 없기 때문에 배타적인 권리 등에 문제가 생길 우려를 무시하지 못할 거예요. 

 

위근우 : 기술적인 변화들과 엮여 있기 때문에 더욱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예전보다 복제도 훨씬 쉬워졌고요. 저작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계속 이야기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저작권이 지켜지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김남균 : 사실 저작권법 자체가 저작권자에게 불리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저작권자를 위한 특별법이기 때문에. 저작권법으로 인해서 실제로 예술진흥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문제는 저작권이 아니라 판매방식이죠. 생산자에게 유리한 판매방식이 있고 판매자에게 유리한 판매방식이 있단 말이에요. 우리나라는 판매자를 위한 판매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선진국은 생산자를 위한 판매방식을 취하고 있죠. 그게 일종의 소유권 문제인 것 같아요. 아까 이야기한 제조업마인드, 다시 말하면 지주마인드인 거죠. 소작농이 땅을 잘 일궈놓으면 지주가 다 뺏어버리는 것과 똑같아요. 내 땅에 심었으니 생산된 농작물도 내 것이라는 것과 비슷하죠. 내가 출판사를 하고 있으니까 이 책은 내 것이라는 소유권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는 거예요. 

 

 

 

-불합리한 저작권 양도 관행, 예술인 스스로 알고 대응해야 

 

위근우 : 생각보다 많은 창작자가 계약할 때 자신의 저작권을 갑에게 다 넘겨버리더라고요. 저작권 양도를 하더라도 2차 저작물까지는 양도를 안 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많은 창작자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남균 : 그렇죠. 계약서 안에 2차 저작물 작성권까지 갑에게 대부분 권리를 양도한다고 쓰여 있는 경우가 많죠. 출판 쪽에서 주로 쓰고 있는 계약서의 형태를 말씀드리면 양도계약서, 매절계약서, 출판권 설정계약서, 용역계약서 같은 것들이 있어요. 일단 양도계약서는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거예요. 저작인격권은 동일성유지권(저작물을 바꾸지 못하게 할 권리), 성명표시권(스스로의 이름을 밝힐 권리), 공표권(저작물을 공표할 권리)을 포함해요. 공표권은 1회, 한번 공표하면 되는 거고요. 중요한 것은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인데요, 예를 들어 원작품은 세계평화를 위해서 그린 작품이지만, 의미가 변질하여 다른 방향으로 쓰인다면 인격권 침해가 될 여지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양도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작품을 찢어 팔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다 저작자에게 허락을 받거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거죠. 이런 부분에서 특히 일러스트 같은 경우에 사용자, 출판사 측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양도계약서라고 하면 원작품까지 양도받으려고 하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원칙적으로 양도계약은 복제권, 배포권 등을 양도한다는 이야기고, 반드시 원작까지 창작자가 넘겨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출판권 설정계약서는 전세와 비슷한 거예요. 전세권 설정을 하면 계약된 기간 동안 전세권자는 집주인과 비슷한 권리를 갖게 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저작물의 복제 및 배포에 대해서 권리 설정을 출판사에 해줘야 출판권이 생기는 거죠. 하지만 타이틀은 설정계약서인데 내용은 양도인 경우가 되게 많아요. 설정은 기간이나 사용범위 등을 항목별로 다르게 할 수 있고 정할 수 있는 반면, 양도는 양도를 하고 나면 평생 쭉 가는 경우가 있어요. 현재 저작권법이 사후 70년간 유지되는 것을 생각하면 양도계약은 안 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조용필도 과거 양도계약으로 하여 저작권료를 못받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 있어요. 양도계약을 하느니 차라리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그대로 저작권법에 따르게 되기 때문에 계약서를 쓰지 않고 회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도 할 거예요.

 

 


저작재산권이란?

저작물의 복제권·공연권·방송권·전시권·배포권·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 등을 말한다. 간단히 저작권이라고도 한다. 이는 저작자만이 갖는 저작인격권과는 달리, 다른 사람에게 양도나 상속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작자와 저작권자(저작재산권자)는 동일인이 아닐 수도 있다.

(매스컴대사전, 한국언론연구원(현 한국언론진흥재단))

 

출판권 설정계약이란?

저작물을 인쇄하거나 그 밖의 유사한 방법으로 문서 또는 도서로 발행(복제·배포)할 수 있는 권리를 ‘출판권’이라고 한다. ‘출판권’은 저작자가 가지는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 및 배포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저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직접 발행할 수 있는 ‘출판권’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만약 저작물을 그 저작자가 아닌 다른 자(예를 들어 출판업자)가 출판(발행)하고자 할 경우에는 그 출판권을 저작권법에 의해 설정해야 한다. 그리하여 저작자(복제권자)로부터 출판권을 설정받은 자(출판권자)는 그 설정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할 권리를 가진다.

                          (매스컴대사전, 한국언론연구원(현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참조 편집)

  

 

 

 

위근우 : 그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웹툰 작가가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광고만화를 그려줬는데, 계약을 잘못하면 그 광고만화뿐 아니라 캐릭터 자체의 재산권을 양도하게 되어서 다른 광고에서도 자신의 캐릭터가 활용될 수 있다고요. 

 

김남균 : 그게 아까 말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유권 개념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예요. 이런 예에서 계약서는 일종의 사용계약서로 임대차계약서랑 비슷해서 기간도 결정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갑들이 대체로 창작자에게 일정 금액을 주는 순간, 그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경험을 통해 만든 저작물에 대한 모든 것을 사서 양도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작권법에 의하면 저작물은 그 안에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이야기 하는 거죠. 그 사람의 사상과 감정이 표현된 저작물을 사용하겠다는 계약을 한 것을 일반재화처럼 다루며 완전히 양도받은 것으로 봐야 하느냐 하면, 아니거든요.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개념을 바꾸긴 힘들 거예요. 아마 벌금 엄청나게 때리는 것과 같은 충격을 주지 않는 이상 인식 전환은 매후 힘들 겁니다. 특허도 엄청난 소송과 벌금 등으로 정리되었지요. 

 

위근우 : 애초에 계약서에 대해 잘 이해하고 계약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군요. 

 

김마스타 : 그런데 아마도 그러기가 쉽지 않겠죠. 음원계약서, 이미지 저작물 계약서 등 모든 저작권에 대한 계약서가 더 세밀해지고 복잡해질 거예요. 대기업일수록 계약서가 두껍고 많아요. 그럼 보겠어요? 그걸 이용하는 치졸한 곳도 있어요. 어려운 말 잔뜩 넣어서 두껍게 만들어서 사람을 혼란에 빠트리는 거죠. 문제가 생기면, ‘야 여기 쓰여 있잖아.’ 이걸로 뒤통수 맞는 사람들이 진짜로 많아요. 

 

김남균 : 상호 간에 계약 내용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디테일한 계약서가 좋겠죠. 근데 그거 누가 봅니까. 저작권자 입장에선 계약서를 쓸 때 핵심만 써서 명료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 양리혜

 

 

 

-돈 이야기가 예술인 아우라를 해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위근우 : 제가 아는 분은 자신에게 딱 맞는 계약서를 디테일한 부분까지 스스로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시더라고요. 창작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테지만요. 그렇게 자기가 만든 계약서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적을 것 같고요. 

 

김마스타 : 저도 제가 쓰는 개인적인 계약서를 따로 만들어서 쓰고 있는데요. 갑에게 그걸 보내면 굉장히 당황스러워 해요. ‘예술가인지 알았는데, 완전 상인이네?’ 하는 거죠. 돈 이야기 하는 순간 예술가 아우라가 깨진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 근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잖아요. 예술은 예술이고, 입금은 입금이고. 식당가서 5천 원 내고 국밥 먹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예술가의 창작물은 그냥 길가다가 주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래서 저는 무조건 선입금 되면 작업하겠다고 말해요. 후배들한테도 그렇게 말하고요. 

 

위근우 : 창작하는 사람들이 돈 이야기 하는 것을 약간 남사스러워 하지 않나요? 

 

김남균 : 그런 경우 많죠. 예술가는 예술가다워야 한다는 거죠. 근데 예술가다운 게 어떤 건지 물어보면 아무도 대답을 못 할 거예요. 예술가를 세상을 등지고 전기세도 안 내고 밥도 안 먹고 공중에 붕붕 떠서 다니는 사람처럼 생각하는데, 예술가도 밥 먹고 똥 싸고, 수돗물로 샤워도 해야 하고, 저축도 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여름엔 에어컨도 쐐야 하고요.

 

김마스타 : 에어컨 완전 좋아하거든. (웃음)

 

김남균 : 애가 있으면 애도 키워야 하는 거고 일반 사람들이랑 다 똑같은 생활을 하고 살거든요. 단지 직업이 다른 거죠.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것들을 상상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서 예술인 표준계약서가 보급되고 교육이 잘되면 많은 작가가 표준계약서를 들고 다닐 거예요. 그렇게 됐을 때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술인이기 전에 생활인으로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데뷔가 급하다고 불공적 계약하기보다 직접 판매가 낫다

 

위근우 : 창작자들이 계약하는데 주의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계약서 안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조항에는 무엇이 있는지, 피해야 할 독소조항은 무엇인지를 말씀해 주시면 예술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김남균 : 제가 일러스트 매니지먼트 회사할 때는 '양도계약서를 안 쓰기' 캠페인을 한 적이 있어요. 양도계약서를 쓰는 경우에도 2차 저작권에 대한 것만이라도 창작자의 몫으로 남겨두면 좋겠어요. 매절계약서라는 것도 있는데요. 매절은 이용대가를 일시불로 지급하는 계약을 말하는데, 해석의 논란이 좀 있지만 판례만 보면 양도계약보다는 나을 거예요. 저작권법 59조 1항에 의하면 특약이 없는 한 3년까지 배타적으로 발행권을 존속하는 것으로 보기 떄문에 임대가 종료되어 재계약 할 때 인세전환하는 예도 있거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매절 계약은 이용대가를 일시불로 지급하는 계약이라서 이게 양도에 대한 일시불인지, 이용허락에 대한 일시불인지는 명확하지 않아요. 판례에 따르면 매절계약은 인세를 훨씬 넘는 대가가 간 경우라면 양도로 보고, 그렇지 않은 모든 경우는 이용허락, 즉 임대로 봅니다. 그러니까 이용허락에 필요한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다시 창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죠. 근본적으로는 계약서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요. 피해가 덜하거나 피상적인 피해의식도 덜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예술가를 대상으로 표준계약서와 저작권에 대해 알려주는 강의도 필요하다고 보고요. 

 

위근우 : 의외로 많은 창작자가 저작권을 갑에게 주는 계약서를 많이 쓰더라고요.

 

김마스타 : 당장 데뷔가 당장 급하니까요. 일단은 간판은 걸고 시작해야 하니까. 계약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거든요. 뭐 때문에 급한지. 그걸 알고 건드리는 것이거든요.

 

김남균 : 그래서 그런 독소조항이 있는 계약서가 계속 존재하는 거죠. 출판 인세계약서도 최소한 1만부정도의 선인세를 줄 수 있는 출판사와 계약을 했으면 좋겠어요. 무슨 이야기냐면, 인세계약이라고 해서 다 공정한 것은 아니에요. 흔히 3천부에 대한 선인세를 주는데요, 일러스트나 그림책 같은 경우에는 5%를 줘요. 책이 만원이라고 하면 500원이에요. 그럼 3천부면 150만원이죠. 결국 150만원 받고 6개월 동안 일하는 거예요. 우리나라 책이 3천부 이상 팔리는 경우 별로 없거든요. 그럼 그 사람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그려주고 150만원 받는 거죠. 그걸로 끝이에요. 그러니까 선인세를 준다는 것에 속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책을 많이 파는 것은 출판사의 역할이죠. 그 부담을 작가에게 주면 안 되죠. 

 

위근우 : 데뷔가 급한 사람일수록 불공정한 계약에 혹하기가 쉽잖아요. 이거 내가 안하면 영영 못할 것 같고. 그런 후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지

 

김마스타 : 요즘은 차라리 직접 내라고 해요. 음악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요새 레이블의 가장 큰 문제는 음악 하는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래요. 네가 앨범 다 만들어와, 네가 홍보해, 네가 팔아.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뮤지션에게 떠넘기는 거죠. 그런데 수익금은 반으로 나누자고 하니 웃기는 식이 되는 거죠. 놀랍게도 많은 친구들이 이런 계약을 덜컥 맺어요. 잘 모르니까요. 원래 이렇게 하는 줄 알고 있는 거죠. 사실 대부분 회사와 가수 둘 모두 힘이 없으니까 생기는 문제긴 한데요. 그래서 차라리 그럴 바에 직접 판매하는 게 낫다는 거예요. 


 계약했으면 회사가 함께 움직여서 예술가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잖아요. 근데 음반 관련해서 이 관계가 깨져있어요. 잘 팔리면 몇 대 몇으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뿐이지, 어떻게 잘 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어요. 왜냐하면 많은 작가들과 계약을 해서 누구 하나 잘되면 거기 매달리는 거죠. 이런 거에 당하다 보니까 창작자들이 힘들어지는 거예요.  

옛날에는 계약서에 방송 16회 이상, 라디오 42회 이상, 그다음에 페스티벌 몇 회, 단독콘서트 어디서 몇 회, 이런 식으로 회사가 해야 할 일을 명시했었는데, 어느 순간 이게 다 빠진 거예요. 계약이란 것이 주고 받기인데, 요즘은 예술가가 뭘 해야 한다는 내용만 있지, 회사가 뭘 해준다는 내용이 전혀 없는 거예요.

 

 

 

-저작권 체크를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허술하다

 

위근우 : 저작권을 중심으로 창작자와 갑과의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눠봤는데요, 이번엔 저작물을 외부에서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음악은 개인의 감상 목적 외에 무단 사용할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요? 방송에서 음악을 BGM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저작권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요.

 

김마스타 : 일단, 한국저작권협회와 방송국 사이에 사용한 음원에 대해 사후정산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무단사용이라고 할 수는 없고요. 영상물에 삽입된 노래는 15초 이상 나와야 저작물 사용으로 인정되어요. 문제는 사실 다른 데 있는데요. 그 15초를 누가 정했느냐는 거죠. 그리고 15초 이상을 넘어간다고 해도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딱히 없어요. 무슨 방송에 제 노래가 나왔다는 걸 저도 모르는 거죠. 한국의 유일한 저작권단체인 음악저작권협회가 그런 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요. BGM을 쓰기 위해 방송사는 저작권협회와 1년에 얼마 이렇게 계약을 하는데, 그것도 돈이 원곡자에게 돌아가지 않아요. 저작권협회에 어디에서 몇 월, 몇 일, 몇 시, 몇 초에 음악이 쓰였는지를 정확히 체크해야 되는데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죠. 듣기론 50명 정도 앉아서 온종일 TV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그걸 체크한다는데 그게 말이 안 되는 거지. 전 채널을 50명이 커버할 수가 없거든요. 저작권 협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날라 오는 거 보면 웃긴 거 진짜 많아요. 청주 MBC에서 한 번, 대전 MBC에서 한 번, 광주 MBC에서 한 번, 제주 MBC에서 한 번. 이렇게 나왔다는 거예요. 내 노래가 전국방송국에서 한 번씩 나갔다니 말도 안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대충 처리하는 거예요. 이게 저작권 체크를 하는 툴이 없어서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결해줘야 하는 것이거든요.

 

위근우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저희가 연예인 사진을 찍으면 나중에 TV 연예프로그램에서 자료사진을 쓰잖아요. 보면 분명 저거 우리 사진인데, 우리에게 말해준 건 아무것도 없는 거죠. 방송작가를 포함한 방송종사자들이 저작권에 대해서 아무런 개념이 없는 거예요. 워터마크가 표시되어 있으면 마음대로 가져다 써도 된다고 생각해요. 원칙적으로는 하지 말라고 워터마크를 표시한 건데. 

 

김마스타 : 방송사에선 다 알고 써요. 음원의 경우, 편집할 때 13초쯤 되면 자연스럽게 페이드아웃 시키죠. 

 

위근우 : 어쨌든 이런 부분을 바꾸려면 대중도 많이 알아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마스타 : 대중은 바꿀 수가 없고 권력자의 인식을 바꿔야 해요.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입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어요. 모든 공연과 전시는 선입금 후 출발로 간다고 이야기하면 끝나는 거죠. 저작물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공시하고 어기면 처벌하고. 그러면 문화가 바뀌는 거예요. 예술인들이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법률 쪽으로 변호사들과 공조해서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법 들고 들어가면 대화를 해주니까요. 약간 데모 비슷하게 해봤자 꿈쩍도 안 해요. 그리고 대기업이 큰 걸림돌예요. 대기업이 왜 자꾸 음악 쪽에 이런 짓을 하느냐면 전화기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죠. 음원 시장이 1조 원 정도의 규모라면, 스마트폰 시장은 100조 짜리거든. 스마트폰을 사면 3개월짜리 음악 쿠폰을 공짜로 주거든요. 거기에 가장 빈번하게 스마트폰을 소비하는 십대와 이십대들이 움직이기 때문이죠.

 

 

                                                                                              ⓒ 양리혜


-콘텐츠 수익 분배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위근우 : 음악 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시장이 플랫폼에 종속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콘텐츠 자체로 인정받을 방법을 고안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원 정액제가 가장 기형적인데, 누군가는 음원 정액제가 없으면 대중들이 이마저도 안 듣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마스타 : 불법다운로드는 옛날부터 있었어요. 테이프, CD 시절에도 불법복제해서 듣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불법다운로드가 문제가 아녜요. 음원 유통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기업이 꺼내는 이야기가 바로 불법다운로드인데 이건 없어지지 않아요. 오히려 사서 듣는 사람들, 그러니까 판매된 음원 수입에 포커스를 맞추고 대화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답답해하는 것은 기존의 음원 시장에서 생기는 수입이 대체 어디로 사라졌느냐는 것이거든요. 스마트폰 팔려고 음악 시장 목을 꽉 잡고 있는 그 사람들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거예요. 우리가 지금 당장 음악 시장이 커지길 바라는 게 아니거든요. 지금, 작은 규모에서도 창작자의 몫이 사라지고 있어요. 한 노래로 얻은 수익을 100으로 치면 창작자에게 돌아오는 건 6밖에 없어요. 그럼 나머지 94는 어디로 갔느냐는 거죠. 48은 대기업이 가져가요. 14는 음원 유통사가 가져가요. 그리고 나머지는 제작사가 가져가고. 그 다음에 저작권협회가 가져가고.. 나머지 남은 6에 뭐가 있냐면, 작곡, 편곡, 가창, 연주, 녹음, 믹싱, 마스터. 디자인, 배급, 매니지먼트... 6으로 이 사람들을 나누니까 가창한 가수에게 돌아가는 건 0.01 정도 밖에 안 되는 거예요. 아이튠즈가 국내 못 들어 온 이유는 대기업의 반대 때문이에요. 아이튠즈에서 창작자 8대 나머지 2로 하자면서 한국에 들어오려고 했는데, 우리나라 대기업이 엄청난 반대를 했죠. 이런 상황에서 대중들의 인식을 바꿔서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은 우리의 고민이 아니에요. 

 

김남균 : E-Book의 경우에 창작자와 출판사의 수익 비율이 많아봤자 5대 5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반면, 해외의 경우 3대 7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창작자가 7이죠. 만약에 아이튠즈나 다른 해외 서비스가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창작자에게 불리한 국내의 수익 비율이 깨질 거란 말이에요. 국제법에 따라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굉장히 많아질 거고요. 저는 창작자, 저작권자 입장이 아니더라도 빨리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봐요. 안 그러면 나중에 큰일이 벌어질 거거든요. 아이튠즈와 같은 해외 서비스가 우리나라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기존의 국내 기업은 부도나기 시작하는 거잖아요. 연쇄부도가 확 나요. 연쇄부도가 나면 사람들은 안정적인 해외 서비스 업체로 모두 이동하겠죠.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나라 서비스 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어요. 출판사도 거의 마찬가지고. 

 

김마스타 : 그리고 사실 이제 MP3라는 툴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이 사실은 이제 모든 예술가가 인식했어요.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요. 이제는 작가 중에서도 MP3 때문에 손해를 입고 있다는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아까 말하던 94가 어디로 사라졌나를 생각하고 있죠.  

 

김남균 : 저도 한마디 하면 만약 예술가가 돈을 벌고자 한다면 저작권에 매달리지 말고 다른 일을 병행했으면 합니다. 기술을 배우거나 강습을 하거나. 다른 일을 병행해도 예술가가 아닌 것은 아니거든요. 저작권료를 생활하기 위한 기반으로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그걸로 생활이 윤택해질 리는 없어요. 저작권은 내가 예술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관점 이상으로 보지 않았으면 해요. 저작권은 저작권일 뿐이에요. 그리고 대부분의 계약서는 민,상법에 적용되는 지점이 많아요. 특히 돈 거래라는 측면만큼은 저작권과 큰 관계가 없어요.

 

위근우 : 오늘 이야기가 창작을 해서 연봉 1억을 받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하는 노동이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존재해야 된다는 거죠. 그게 저작권이 될 수도 있고요.

 

김남균 : 사실 예술가는 고용주에게 귀속되는 근로자가 아니에요. 근로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창작에 대한 대가여야 하고. 이 부분만큼은 제가 강력하게 말씀드리고 싶은데 가끔 예술가가 근로자로 해석되는 경우가 있어요. 위험한 생각입니다. 예술가는 예술가예요. 근로자가 아니에요. 자영업자도 근로자가 아닌 것처럼, 근로라고 하는 순간 예술행위가 변질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반대로 저작권자가 용역자로 바뀌어도 할 말이 없어져요. 예술행위와 노동을 구분지었으면 합니다. 

 

  

■ 인터뷰이 개인의 의견은 <인터뷰레터 : 들음>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현승인(funkali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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