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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무법지대에 놓인 무대 스태프 - 무대감독 이용수




인터뷰/글 : 현승인 (funkaline@gmail.com)




-무대 밖의 보이지 않는 지휘자, 무대감독 

 

Q. 많은 분들이 무대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무대감독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이용수 : 무대감독은 연출자가 상상하고 있는 것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현실로 구현해주는 사람입니다. 한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기술이 접목되어야 하거든요. 기술적인 부분을 잘 알고 있는 연출자도 있지만, 전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음향, 조명, 영상, 특수효과 등을 무대감독이 정리를 해주는 거죠. 연출자가 그림을 그리면 그것을 기술적으로 현실화시키는 것이 무대감독의 일입니다.

 

Q.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것 같네요. 

 

이용수 : 네. 맞아요. 무대감독을 어느 나라에서는 스테이지 디렉터(Stage Director)라고도 하고, 어느 나라는 스테이지 매니저(Stage Manager)라고도 해요. 매니저가 주로 정리하는 역할을 하잖아요. 스테이지 매니저는 스테이지를 정리하는 일을 하는 거죠. 음향, 조명, 영상, 특수효과 등 작품 내 다양한 기술적인 요소들이 엉키지 않도록 큐를 주는 역할을 하죠. 언제 어떤 타이밍에 들어갈 거라는 신호를 주는 거죠. 그리고 한 극장에서 공연하다가 지방극장을 가면 극장마다 사이즈가 다르잖아요. 무대가 좁아질 수가 있어요. 그러면 그거를 빨리 배우들한테 전달을 해줘서 안무선생님 모셔서 동선을 다시 맞추는 거죠. 

 

Q. 그럼 무대감독은 조명이나 음향 등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알고 있어야 하겠네요?

 

이용수 :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것은 무대감독이 다 알고 있고요.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모르더라도 어느 정도 흐름은 알아야 할 수가 있죠. 그래서 무대감독은 여러 가지를 다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배우뿐 아니라 기술 스태프들 사이의 조율도 잘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무대 셋 업(Set-up)을 할 때 조명감독과 음향감독이 간혹 싸우곤 해요. 서로 자기가 맡은 일을 해야 하는데 이게 공간적, 시간적으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조명 포커스를 맞추려면 주변이 어두워야 하잖아요. 그럼 음향감독님은 어두우니까 불 켜달라고 하죠. 마찬가지로 음향 맞추다가 시끄러우면 조명감독은 소리 크게 내지 말라고 하고. (웃음) 그래서 무대감독이 시간을 정해주는 거죠. 이 시간에는 음향만 하세요. 이 시간에는 조명만 하세요. 

 

Q. 중재자 역할을 하시는 거네요? 

 

이용수 : 네. 그런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요. 무대 셋 업 현장은 위험하거든요.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니까요. 흔히 세트를 집이라고 표현하는데, 무대세트는 완벽한 집을 짓는 것이 아니잖아요. 공사장이랑 같아요. 공사장 보면 아시바 노출되어 있고 그러잖아요. 무대세트도 그런 상태에서 일하는 거니까 항상 긴장할 수 밖에 없죠. 제일 중요한 게 바로 안전이에요. 사실 이게 셋 업 기간이 하루 밖에 없어서 생기는 문제기이기도 해요. 우리나라는 하루 셋 업하고 하루 공연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배우, 감독관의 조율문제가 생기는 것도 비슷한 이유고요. 

 

 

 

-무대 뒤에 가려진 물리적인 위험에 노출된 스태프

 

Q. 셋 업 기간이 하루면 굉장히 빡빡한 거잖아요? 

 

이용수 : 빡빡하지만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죠. 왜냐면 스태프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하루를 더 운영하려면 대관료를 또 내야 하거든요. 극장마다 이용할 수 있는 설비목록이 있는데, 그런 것들도 사용하려면 돈을 따로 내야 해요. 여름엔 더위가 제일 무섭죠. 마찬가지로 에어컨을 쓰려면 돈을 따로 내야 하거든요. 그나마 추위는 옷을 입고 땀을 흘리니까 참을만한데, 더위는 정말 괴롭죠. 하지만 예산이 넉넉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죠. 

 

Q. 말씀을 들어보니 무대설치 환경은 제작비와 예산에 따라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셋 업 기간도 충분치 않은 이유도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 같고요.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용수 : 안전사고가 가장 큰 문제죠.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빨리 움직이다 보니 생기는 문제가 많죠. 예산이 충분한 큰 공연은 그런 경우가 적은데, 예산이 부족한 작은 공연은 이런 문제가 많이 발생해요. 얼마 전에도 모 공연에서도 안전사고로 스태프 한 명이 죽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Q. 정해진 일정 안에 무대설치를 못하는 경우는 없나요? 

 

이용수 : 그런 경우는 없어요. 공연은 어떻게든 올라가요. 다만 완벽한 상태로 올라가는지, 아닌지의 차이죠. 농담 삼아 스태프들끼리 하는 말이 있어요. 첫 공연은 리허설 개념으로 가자. 셋 업 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리허설 시간이 부족한 거잖아요. 그래서 리허설을 못하는 경우도 있죠. 뭐 그래도 한국 스태프들은 정말 빨리하는 편이에요. 외국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외국 스태프들이 놀라요. 한국 스태프들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가 있냐는 거죠. 생각해보면 한국이 이상한 거죠. 

 

Q. 스태프들이 안전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건데, 보험처리는 잘 되고 있나요

 

이용수 : 사실 이것도 참 문제인데요. 작은 극단은 보험을 잘 안 해줘요. 원래 배우와 스태프를 비롯한 무대를 만드는 모든 사람에게 보험을 들어줘야 하는데, 보통 배우들만 보험을 드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서러운 경우가 많죠. 스태프가 다치면 스태프를 바꾸면 되지만 배우가 다치면 공연을 못 올리거든요. 

 

Q. 그럼 스태프가 크게 다쳤을 땐 그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되는 건가요? 

 

이용수 : 그건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주변에 크게 다친 사람들은 못 봐서요. 작게 다치면 그냥 대충 넘어가죠. 저 같은 경우도 일하다가 어깨가 빠진 적이 있었어요. 막이 내려오잖아요. 그 밑에 봉이 있는데, 그 봉이 내려올 때 배우가 그 밑에 있었어요. 그래서 배우를 보호하려다 보니 제 어깨가 빠졌는데, 그땐 그냥 넘어갔어요. 

 

Q. 치료비도 치료비지만, 다치면 일을 못하잖아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지 않나요? 

 

이용수 : 근데 어쩔 수 없죠. 배우는 다치면 안 되니까. 배우가 무대에서 다치면 다 무대감독 책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공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무대감독 책임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무대감독이 다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신경이 더 날카로워요.

 

 

                                                                           ⓒ 양리혜

 

 

-현장에서 효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계약서

 

Q. 각 예술계 현장을 돌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요, 많은 현장에서 계약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더라고요. 무대 스태프들의 계약은 잘 진행되고 있는 편인가요? 

 

이용수 : 계약을 하긴 해요. 근데 솔직히 저는 계약서가 종이쪼가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계약서에 명시된 돈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공연이 흥행을 못 해서 돈을 못 준다면서 나중에 줄게, 라고 말하다가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Q. 계약서를 종이쪼가리라고 표현하신 이유는 계약서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인가요? 

 

이용수 : 그렇죠. 얼마 전에도 돈을 못 받아서 노동청에 신고하려고 했는데, 이건 민사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한데요. 형사가 아닌 거죠. 이게 큰돈이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을 걸 텐데, 큰돈이 아니면 비용이나 시간을 투자해서 소송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인 거예요. 그럴 바엔 그냥 일을 하나 더 해서 돈을 버는 게 낫다는 거죠. 근데 만약 우리가 4대 보험이 되는 정규직이었으면 노동청에서 어떤 조치를 해줬을 거 아니에요. 근데 우리처럼 프리로 뛰는 사람들은 방법이 없는 거죠. 그럼 이 계약서가 과연 무슨 소용이냐는 거죠. 종이쪼가리밖에 안 되는 거죠.

 

Q. 계약서를 공정하게 작성하는 문제에 앞서서 계약서 자체가 의미가 없어져버린 상황이라는 말씀이시죠?

 

이용수 : 종이쪼가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스태프들이 선금을 되도록 많이 받으려고 해요. 선금 40%, 중도금 30%, 끝나고 30%. 제일 흔한 계약금 지급 방법인데요, 많은 스태프들이 이와 같은 4:3:3이 아니라, 5:5나 7:3으로 하려고 하죠. 선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못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근데 이건 스태프들의 입장이고 제작사는 그렇게 잘 안 하려고 하죠. 자기네들은 끝나고 확실히 준다고 당연히 준다고 말하죠. 당연히 그렇게 말하겠죠. 제가 첫 스타트를 잘못 끊었는지는 몰라도 제가 태어나서 처음 조감독을 했을 때 돈을 한 푼도 못 받았어요. 2000년도 초반에. 처음이니까 그냥 나중에 주겠지 했는데, 끝내 안주더라고요.  

 

Q.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 한 거죠?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돈을 못 받는 거는 당연한 관행처럼 여기고 있는 것 같아요.  

 

이용수 : 솔직히 저도 애들한테 돈 못 준 적이 있어요. 제가 돈을 못 받았었거든요. 근데 소문이 안 좋아질 수가 있으니까 언젠가는 갚았어요. 무대감독이 힘든 부분들이 그런 거예요. 배우들 같은 경우에는 자기만 못 받으면 되잖아요. 근데 무대감독파트는 조감독도 있고 또 그 밑에 스태프들이 있잖아요. 대부분 턴키로 팀을 꾸리기 때문에 돈도 무대감독이 한꺼번에 받아서 나눠줘요. 근데 제가 아예 돈을 못 받으면 걔네들 돈은 누가 주느냐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제가 또 다른 일을 해서 벌어서 주고 그랬죠.  

 

Q. 감독님의 경우처럼 제작사도 마찬가지로 고의적으로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정말 사정이 불가피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용수 : 그렇겠죠. 근데 저는 제작자가 그렇게 말하면 화가 나요. 그럼 이 작품을 애초에 하질 말았어야죠. 이건 월급을 안 주는 것과 똑같은 거거든요. 책임을 안 진다는 거죠. 전 이게 참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만약 일반 회사가 부도가 나서 정규직 직원들에게 임금을 못 준다면 그 회사는 법적으로 폐업신고를 못 해요. 이 임금문제를 다 해결을 해야지만 폐업신고를 할 수가 있어요. 근데 여기는 사람들에게 돈을 못 줬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다른 데서 다른 작품을 또 하고 있어요. 기존의 회사를 없애고 다른 사람 명의로 또 다른 회사를 만든 거죠. 그러면 돈을 못 받은 사람들은 고소할 대상 자체가 사라진 거예요. 법을 이용하는 거죠. 더 화가 나는 건 그렇게 돈을 못 받았던 스태프들이 또 그 회사에서 스태프를 하고 있어요. 왜냐면 돈을 받아야 하거든요. 끌려가는 수밖에 없죠. 이렇게 악순환이 되는 거죠. 스태프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이번에는 예산이 없으니까 적게 좀 가자. 나중에 더 챙겨줄게, 라는 말이에요. 그게 다 거짓말이에요. 뭐 다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겠죠. 1천 명 중의 한 명 정도는 진짜 일 수도 있는데. 대부분이 다 거짓말이에요. 


Q. 그래서 예술인복지재단 입장에서도 그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한편으론 이런 분들이 뭉쳐서 노동조합을 만든다든지, 조합을 만들어서 그들의 권익을 지킬 수 있는 집단행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데, 예술계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더라고요. 

 

이용수 : 그게 윗사람들이 제대로 이끌어 주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위에 유명한 사람들이 도와주면 좋은데 자기들은 빠지잖아요. 정말 유명하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만 움직이고 있죠. 정말 위에 있는 선배들이 그걸 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한 가지 예를 들면 제가 했던 어떤 공연이 예산이 많이 부족해서 처음 약속했던 돈에서 좀 깎자고 그러더라고요. 유명한 연예인 선생님도 페이를 안 받기로 했으니까, 다 같이 공연을 위해서 처음 약속했던 돈보다 적게 받는 것이 어떠냐는 거죠. 근데 그 유명한 선생님은 사실 그 돈 안 받아도 다른 일 해서 먹고 살아요. 근데 그 밑에 있는 후배들은 이 일 밖에 안 하거든요. 그 유명한 선배님처럼 돈을 많이 받지도 않고. 

 

Q. 애초에 예산이 부족하면 그 예산에 맞춰서 공연을 하면 될 텐데, 왜 그러질 않는 걸까요.

 

이용수 : 그냥 일단 올리고 보고 다른 데서 메우는 거죠. 제가 올 초에 돈을 계속 못 받으니까 힘들어서 일을 그만둘까 생각했어요. 아예 연극 자체를 접으려고 했어요. 왜냐면 매년 똑같으니까. 계속 나이는 먹고 있는데 결혼도 안 했고 모아둔 돈도 없으니까 집에서도 뭐라고 하죠. 그렇다고 저희 집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돈도 제대로 못 받는 일을 왜 계속 하려고 하느냐며 부모님은 잘 이해를 못 하시죠. 근데 제가 이 일을 그만둬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제가 이거 말고 배운 게 없잖아요. 결국에는 다시 돌아오는 거죠. 배우들 같은 경우에는 대리운전하는 사람들 되게 많아요. 그렇게 아르바이트하면서 공연하고.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에요. 제가 듣기로는 우리나라의 배우들 같은 경우에는 연봉 200만 원을 못 버는 사람들이 많대요. 월급이 아니고 연봉이요. 극단에서 한 달 공연하면 20만 원 30만 원 주고. 그러니까 투 잡을 뛸 수밖에 없는 거죠. 근데 스태프들은 투 잡을 할 수도 없잖아요. 

 

Q. 그러게요. 스태프들은 그거 일 하나만 해도 몸이 축나는데 말이에요. 

 

이용수 : 그래서 보험 일을 한다든가 다른 일로 빠지는 사람이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약속된 돈도 안 주면 참 답이 없죠. 그래도 가끔 투잡 뛰는 배우들 보면 되게 존경스러워요. 그 친구들은 아침에나 밤에 아르바이트를 해요. 그럼 걔네들은 그걸 벌어서 생활비 쓰고요. 또 그 돈으로 노래를 배우던, 연기를 배우든 발레를 배우든 뭔가 배우러 다녀요. 그렇게 공연하고 또 아르바이트하고. 대단하죠. 

 

 


 

                                                                                             ⓒ 양리혜

 

 

 

-공연이 끝나고 난 뒤 : 무대 뒤에서 느끼는 보람과 애환  

 

Q. 무대감독은 어떻게 해서 무대감독이 되는 건가요? 감독님은 어떻게 해서 무대감독이 되셨나요?

 

이용수 : 저는 원래 연출전공을 하면서 무대에 대해서 공부를 했었어요. 전문적인 것은 현장에 나와서 배웠고요. 조명은 원래 연출 쪽이니까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요, 무대감독이 음향을 아는 경우는 많이 없어요. 어렵거든요. 그래서 저는 따로 음향 공부를 하기 위해서 음향기기 렌탈 회사에 다닌 적도 있었죠. 근데 음향은 아직도 어려워요. 음향감독들한테도 물어보면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음향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조감독 생활을 하다가 무대감독이 됐죠. 

 

Q. 무대감독이 공부해야할 것이 굉장히 많은 거네요. 

 

이용수 : 그렇죠. 도면도 봐야 하고. 치수도 봐야 하고.


Q. 무대감독을 하기 위한 전문적인 교육과정이 있나요? 

 

이용수 : 전문적인 교육과정은 아직 없죠.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쪽에서 무대감독은 전체적인 그림을 많이 그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디자인 전공하시는 분들이 많이 해요. 정해진 규격의 무대에서 배우들의 동선을 고려하면서 세트를 만들어야 하니까 그림 그리는 분들이 많이 하죠. 조명하다가 무대감독에 매력을 느껴서 무대감독 하는 사람도 있고, 배우 하다가 무대감독으로 전향한 사람들도 있어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예산 부분 때문에 배우들이 무대감독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게 투잡으로 뛰시는 분들도 있죠. 사실 지금도 대학로 조그만 극단 같은 경우는 무대감독이 필요가 없어요. 따로 무대감독을 쓸 형편이 안 되기도 하지만 소극장 같은 경우에는 특별히 씬을 전환하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안 쓰는 경우가 많죠. 대극장 정도는 돼야 무대감독이 필요하죠. 

 

Q. 대부분 일을 어떻게 구하시는 거예요?

 

이용수 : 무대감독이 먹고 살려면 연출자 세 명은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연출자 세 명에게 고정적으로 일을 받아야만 안 쉬고 일을 할 수 있죠. 그 외에도 소개를 받는 경우도 있고요. 거의 대부분은 연출자가 무대감독을 데리고 와요. 음향이나 조명 같은 기술적인 부분을 접목시켜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자기와 호흡이 잘 맞는 무대감독을 쓰는 거죠. 그래서 무대감독이 연출자 생각을 잘 알아야 해요. 하나를 이야기해도 열을 알아먹어야 하죠. 솔직히 그래야지 일이 편하잖아요. 

 

Q. 무대감독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이용수 : 공연이 끝나면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무대에 눕곤 해요. 제가 눕는 걸 좋아하거든요. 뚱뚱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웃음) 무대 한가운데 누워있으면 그동안 고생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는 거죠. 안도감과 아쉬움. 그간 기억의 필름들이 스쳐 지나가는 거죠. 연출님이랑 싸웠던 기억, 스태프들에게 윽박질렀던 기억 등을 떠올리며 반성의 시간을 갖죠. 이번에는 윽박을 안 지르려고 했는데, 하면서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위험하니까. 그러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하죠. 앞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무대감독을 하면서 재밌고 기분 좋은 일도 많아요. 제가 성격이 예민해서 공연할 때는 밥을 잘 안 먹거든요. 그럴 때 가끔 배우나 스태프가 제 자리에 초콜릿이나 음료수를 챙겨주곤 해요. 그럼 참 뿌듯하죠. 모두가 힘든데 이렇게 누가 이렇게 절 챙겨주기도 하고. (웃음) 

 

Q. 이제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온 것 같아요. 선배 무대감독으로서 후배 무대감독 혹은 무대감독이 되길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용수 :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희끼리는 무대감독은 앉아서 큐만 주는 사람이라며 시쳇말로 ‘큐돌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사실 무대감독이 하는 일은 단순히 큐를 주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배우뿐 아니라 음향, 조명 등 무대의 모든 요소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안전이에요. 무엇보다 배우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해요. 결국 저희는 배우들을 빛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니까요. 거기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거죠. 


Q. 마지막으로 무대감독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용수 : 이용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스태프들뿐 아니라 공연 쪽 일하는 사람들이 되게 순수하거든요. 그 순수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이번에는 조금 더 챙겨줄게, 라고 말하지만 막상 가보면 늘 똑같죠. 그런 입바른 소리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만약 예산이 충분치 않아서 스태프들에게 돈을 충분하게 줄 수 없는 상황이면 그냥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겠어요. 괜히 거짓말해서 서로 감정 상할 바에는 그게 낫다는 거죠. 빨리 이런 환경들이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일차적으론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가정이 있는 사람은 집에 생활비도 줘야 하고요, 아이가 있으면 기저귀도 사야 해요. 표준계약서를 가지고 계약을 공정하게 잘하면 뭐해요. 계약해도 돈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민사소송만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면 이런 문제는 계속될 거예요. 제가 아는 배우의 연봉이 2백만 원이에요. 이게 말이 되요? 그만큼 못 받은 돈이 많다는 거죠. 받기로 약속된 돈만 잘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인터뷰이 소개

 

이용수

다양한 무대 경력을 지닌 전문 무대감독. 이전 경력으로는 악극 <부모님 전상서>, <홍도야 울지마라>, 연극 <그 여자들, 통닭을 다시 먹다>, <장수도 2000-1592> 등 여러 작품이 있다. 

 

  

■ 인터뷰이 개인의 의견은 <인터뷰레터 : 들음>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뷰/글 : 현승인 (funkali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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