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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예술인'은 '직업'이 될 수 있나요? - 노무사 김성중



[인터뷰] '예술인'은 '직업'이 될 수 있나요?

: 노무사 김성중

 

'예술'을 노동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는 예술계의 오래된 논쟁이다. 이 논쟁의 본질은 예술계의 불합리한 구조를 실제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 차이일 것이다. 전자는 '제도 개선을 위해 예술인 모두가 힘을 합쳐야한다'는 예술노동자의 입장이고, 후자는 '제도에 구애받지 말고 예술인의 소명을 가지라’는 낭만주의적 작가상이다. 그러나 이 논쟁에 앞서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는 예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말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인터뷰레터 <들음>에서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전문컨설턴트를 하고 있는 김성중 노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하면 법과 제도 안에서 예술인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예술인은 근로기준법상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을까? 법과 제도 안에서 예술인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


인터뷰/글 : 현승인(funkaline@gmail.com)

 

 


- '예술인'은 '직업'이 될 수 있을까?

 

Q. 예술인복지법에서는 '예술인'의 정의를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한 자'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업(業)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김성중 : 저도 입법권자가 어떠한 의미로 업(業)이란 용어를 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로기준법에서는 업에 관해서 판단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사업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법원에서 판단한 사례는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거거든요. 근로기준법에서 판단한 사업은 영업활동의 근거, 그러니까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거겠죠? 예술인복지법에서 말하는 업은 개인의 업인 것 같아요. 개인의 입장에서의 업 역시 비슷하겠죠. 적어도 자기 생활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생계를 목적으로 주요하게 하는 활동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Q. 2012년 예술인복지법이 입법됐을 당시 문체부에서 발표한 연구 '예술인 범위·기준 및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설립연구'에서는 '업(業)이란 생업의 의미로 그 활동을 통해서 생활을 영위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쓰여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혹시 근로기준법의 정의인가 궁금했어요.

 

김성중 : 주요한 활동, 수입의 원천이 예술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차원에서 업이란 말을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취미로 한다거나 이런 차원은 아니라는 거죠. 여가 시간에 취미로 예술 강좌를 듣는 분들을 예술인이라는 직업인으로 보기는 어렵잖아요. 취미와 구분을 하기 위해선 거기에 따른 수입도 일정 정도 있어야 한다고 본 거죠. 그래서 예술활동증명을 할 때 연간 120만 원이라는 수입 기준이 있는 거죠. 적어도 한 달에 10만 원 정도는 벌어야 업(業)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입법권자의 생각이었던 같습니다.

 

Q. 비예술인이 봤을 때 연간 120만 원이라는 돈이 큰돈이 아닌 것 같지만, 실제 현장 예술인들은 예술 활동을 통해 연간 120만 원을 버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또한, 예술활동을 통해 돈을 벌지 못한다고 예술인이 아니라고 보는 건 말이 안 된다고도 이야기하고요.

 

김성중 : 연간 120만 원이라는 기준이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월로 따지면 월 10만 원이에요. 지금 최저임금이 주 40시간 근로기준 월 108만 원 정도 되는데, (정확히는 1.088,890원) 거기에 10분의 1이 채 안 되는 거죠. 월 10만 원이 과도하게 높은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예술인들이 기분 나빠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예술활동증명이 수입만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예술 활동 실적을 통해서도 증명할 수도 있죠.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하나만 만족하면 되는 거거든요. 하나는 수입 측면, 하나는 활동 측면. 예술계가 계약서도 잘 안 쓰고 이런 관행들이 있기 때문에 활동 측면에서도 증빙이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그렇다면 그런 관행들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아요.

 

Q. 지금의 기준을 비판하기보다 예술계의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가요?

 

김성중 : 네. 저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옳으니 그르니 해봤자 탁상공론에 불과하거든요. 만약 지금의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 일반적 적용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문제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그게 왜 어려운지를 논의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소득증명이 어려우면 왜 어려운지를 살펴봐야 해요. 계약서를 반드시 쓰게 하고. 소득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할 수도 있겠죠. 본인이 직접 신고할 수도 있고, 돈을 준 단체에서도 신고하게끔 하고요. 현실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을 따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예술인은 근로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Q. 예술이 일반적인 임금을 받는 근로와 다르다면 어떤 점이 다를까요?

 

김성중 : 기본적으로는 문화예술은 산업화하기가 쉽지 않아요. 산업화 된 예술 분야도 있죠. 영화나 공연, 뮤지컬 쪽은 이미 산업화가 됐고 산업자본도 많이 들어왔잖아요. 그러면서 소위 말하는 노동, 임노동의 개념들이 도입됐죠. 하지만 개인 창작 쪽은 이래저래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일단 어떤 일이든지 '근로자'로 인정을 받으려면 '지휘·감독'을 받아야 해요. 지휘·감독의 여부가 핵심입니다.

 

Q. 지휘·감독이라고 하면 무엇을 말하는 것이죠?

 

김성중 : 지휘·감독이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지시를 내리고, 어디에서 근무하고, 출퇴근 시간은 언제이고, 노동의 결과로 무엇을 가져와야 하고, 언제까지 보고해야 하는 등을 말합니다. 근로로 인정받기 위해선 구체적인 업무과정마다 지휘·감독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수시로 보고하게 하고 결재권자의 승인 아래 업무를 추진케 하도록 하는 것이죠.

 

Q. 그럼 지휘·감독이 없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을 받을 수 없는 건가요?


김성중 : 네. 예술 하시는 분 중에는 지휘·감독 아래에서 예술을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영화 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근로자가 될 수밖에 없어요. 업무 특성상 지휘·감독이 있을 수밖에 없을뿐더러 대자본도 투입되었거든요. 하지만 개인 창작을 하는 예술인은 지휘·감독이 들어갈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근로자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Q. 그래서 그런지 예술계 한 편에서는 모든 예술인을 근로자로 인정하자는 '예술인 근로자 의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성중 : 초기의 예술인복지법에 예술인 근로자 의제규정을 넣으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한 요구였어요. 왜냐면 예술인 근로자 의제는 모법인 근로기준법의 체계와 충돌되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예외를 인정하면 다른 예외들도 다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법체계가 흔들리게 되죠. 예술인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요구할 순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은 매우 어렵다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예술인의 근로자 의제가 가능했다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이미 근로자로 인정받았을 겁니다.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골프장경기보조원, 레미콘기사 그런 분들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하는데, 그분들은 사실상 근로와 유사하지만, 근로자로 보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어요. 사실 근로자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말이 나온 거예요. 그들도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술인이 근로자로 의제되기가 힘들죠.

 

 

 

의제(擬制)

실체를 달리하는 것을 법률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고 동일한 법률 효과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Q.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성중 : 이 역시 지휘·감독 아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느냐를 봤을 때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죠. 

 

Q. 예술활동을 노동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에 반대하는 예술인도 있습니다. 


김성중 : 근로계약관계는 대가적 관계라고 해요.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근로제공 의무가 있고 그에 대하여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줄 의무가 있어요. 임금지급과 근로제공 의무는 대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죠. 예술활동을 노동으로 보자는 주장에 반대하시는 예술인도 있는데요,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싫은 거겠죠. 예술창작이란 개인의 경험과 철학을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거잖아요. 이런 예술 활동에 지휘·감독을 한다면 독창성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예술활동이 노동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자로서 예술인을 고용했다는 것은 예술인이 독창성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그 노동력을 산거거든요. 노동력 그 자체를 임금을 지급하면서 구입한 거예요. 근로계약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런 겁니다. 

 

 

 

사용자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를 말하며, 근로자를 고용한 사람을 뜻한다. 

근로자와 노동자 : 근로자와 노동자는 같은 개념의 용어이나 과거정권이 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상적인 용어로 치부하면서 근로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현재는 법적인 개념으로 근로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어떻게 계약을 해야 할까?

 

Q. 김성중 노무사님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예술인복지재단에서 근로계약 및 사회보험 컨설팅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담과 컨설팅을 해주면서 노무 문제와 관련된 예술계의 여러 사례를 접하셨을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떤 내용의 상담을 해주시나요? 


김성중 : 근로자로 인정받는 예술인들은 주로 임금을 못 받았는데, 어떤 절차를 통해서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들 물어보시고요, 또는 4대보험 가입 가능 여부, 보험적용대상이 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시죠.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인들은 어떻게 하면 예술인복지재단의 지원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여쭤보시고요. 사실 아직 상담 케이스가 그리 많지는 않아요. 

 

Q. 아무래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상담을 해주시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예술인들이 듣기에 실망스러운 이야기도 전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김성중 : 저의 역할은 법적 판단을 해드리는 거니까 어쩔 수 없죠. 저야 다 해드리고 싶지만, 제가 해드린다고 되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현 상황에서 권리를 찾으려면 뭘 해야 하는지 안내해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Q. 예술인이 근로자로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할 때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잘 받아야 할 텐데요, 계약서조차도 잘 쓰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성중 : 근로자들도 스스로 챙겨야 할 필요가 있어요. 사용자와 근로자가 대등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잘 챙겨야죠.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요구하기란 쉽지가 안잖아요. 그래서 법에서도 서면체결을 강제하고 있어요. 일단 근로자가 된다면 근로기준법에서 요구하는 근로계약서 교부의무도 있거든요. 서면교부의무. 요구하면 주게 되어있어요.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신문고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거기서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넣어도 돼요. 체불임금, 예술계만 많은 거 아니에요. 다른데도 많아요. 다만 예술계는 우리가 무슨 노동자야, 이런 관념들이 좀 강하기 때문에 근로계약서 체결도 잘 안 하고, 거기에 대한 민원도 넣지 않으니 사건화되지 않는 거죠.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신문고

예술창작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나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여 예술인의 권익 신장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업이다. 예술 활동과 관련된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입은 예술인은 예술인복지재단의 본 사업을 통해 분쟁 조정 및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다. 

http://www.kawf.kr/counsel/sub03.do


 


  

 

Q. 계약서를 쓰더라도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 중요하겠죠. 근로계약서를 쓸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성중 : 일단 주요하게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느냐가 핵심이에요. 구체적으로는 업무와 관련해서 근무 시간은 언제고 근무 장소는 어디인지, 그리고 담당 업무는 무엇인지, 거기에 대한 대가로 고정적으로 얼마를 받는지가 확인이 되면 근로자로 인정될 확률이 높아요. 이게 주요하게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Q. 예술계에서는 흔히 구두로 계약할 때가 많은데요, 문제 발생 시 어떻게 하면 근로자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김성중 : 가급적 서면계약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여의치 않아 구두로 계약하더라도 계약의 효력이 있습니다. 문제가 되었을 때 사용자가 부인만 하지 않는다면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녹음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문제가 발생할 때 근로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한데, 녹음 역시 증거효력이 있어요. 그 밖에도 근로관계를 증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거나 사회보험 가입 여부 역시 근로관계를 입증하는 방법입니다. 또한, 업무에 필요한 비품이나 작업도구를 누가 제공했는지도 근로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에요. 일반 회사의 월급처럼 고정된 금액을 받는 것이 아니지만, 공연 횟수 당 얼마를 받는다고 정해져 있더라도 그 역시 근로자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Q. 혹시 참고할만한 사례는 없나요? 


김성중 : KBS 관현악단원을 근로자로 인정한 판례가 있어요. 비록 일정한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진 않지만, 회사가 필요로 할 때 수시로 특정 프로그램이나 사업에 악단원을 출연하도록 지시했고 악단원은 그 지시를 따를 의무를 부담했다는 점에서 사용존속관계가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한 것이죠. 이처럼 그 해당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실질적인 측면에서 사용존속 관계를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근로자성 판단은 예전부터 계속 존재했던 고전적인 이슈지만, 여전히 어려운 문제에요. 실질적인 관계는 근로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도급계약서를 작성하여 근로자의 권리를 제약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끊임없이 요구해야 합니다. 스스로 근로자임을 주장하기 위해 소송도 제기하고요. 지금은 안타깝게도 참고할만한 사례도 그리 많지 않아요. 이 말은 즉, 예술인들이 자기 권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다른 분야에 비해서 안 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이슈가 커진 것은 이들이 계속 고용노둥부와 법원에 소송제기를 하고 민원을 냈기 때문이에요. 이슈가 커지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니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6개 직종에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해서는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잖아요. 그 밖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산재보험 적용을 위해 현재 산재보험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 중이기도 하고요.

 

Q. 반복되는 도급계약도 문제입니다. 도급계약이 겹치면서 실질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갑을관계의 을과 병을 넘어서 정의 위치에서 일하게 되고요. 예를 들면 큰 행사를 진행할 때 먼저 이벤트회사에 도급을 주고, 이벤트회사는 예술감독에게 도급을 주고, 또 예술감독은 조감독에게 도급을 주는 형태인 거죠. 그러다 보니 사용자가 분명치 않은 문제도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김성중 : 건설현장에서는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서 도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두 단계 이하로는 도급계약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어요. 건설업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바로 종합건설업자와 전문건설업자이에요. 종합건설업자는 건설에 관해서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회사고, 전문건설업자는 토목이면 토목만 해야 하고 다른 걸 못해요. 보통 하나의 건물을 지을 때 종합건설업자가 전문건설업자에게 도급을 주죠. 만약 두 단계 이상 도급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마지막 도급업체인 전문건설업자의 근로자로 간주하게 되어있어요. 이처럼 문화예술계도 이런 위임도급관계가 지나쳐서 그 과정에서 공정거래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하면, 도급관계에 제한을 둔다든지 이럴 순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건설업은 면허제이기 때문에 종합건설업자와 전문건설업자를 명확하게 나눌 수 있는 데 반해, 예술은 면허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예술계에도 이런 제한을 둘 수 있는지는 좀 더 논의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죠. 

 

 

 

도급계약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일의 완성이 아닌 업무의 수행 자체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을 계약하는 근로계약과는 질적으로 구별된다.


 


 

 

 


 

 

 

- 예술인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Q. 사회가 변하고 과거에 없었던 노동들이 생겨남에 따라 기존의 근로기준법이 지켜주지 못하는 노동의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습니다. 노무사님은 이런 문제들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김성중 : 정책을 입안할 때는 결과적으로 전체 법체계를 볼 수밖에 없는데요, 법에서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이 없기 때문이에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되지 않을 경우라도 부분적으로 사회보험 가입을 의무화 할 순 있겠죠. 예를 들어 실업고 3학년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산업체에서 위탁교육을 받는데요, 이러한 산업체 위탁 현장실습생을 근로자로 보진 않아요. 명목상으로는 교육이거든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은 하고 있기 때문에 산재보험을 의무화 한 거죠. 산재를 대비해 보호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Q. 예술인들이 자기 권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다른 분야에 비해서 안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아무래도 예술인들이 처한 상황이 그들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 발생 시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항의를 할 경우 업계에서 배제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거든요.  


김성중 : 그렇다고 거기서 머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요. 그리고 사실 예술인만큼 어렵게 사는 분들 많아요. 그분들은 가만히 앉아서 자기 권리를 찾았나요? 그렇지 않아요. 그 분들도 계속해서 자기 권리를 주장했어요. 노조를 만든 이유도 그것이고요. 저는 ‘예술인소셜유니온’이 노조로 인정받기 어렵다 하더라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들이 그만큼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이슈가 되고 예술인복지도 늘어나고 그러는 거거든요. 가만히 앉아서 “예술은 사회적 노동이니까 국가에서 보호해주세요.” 이렇게 말만 해서는 아무런 해결이 안 된다는 거죠. 

 

소멸시효라는 제도가 있어요. 임금채권을 3년 동안 청구하지 않으면 권리가 있어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거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게 대원칙입니다. 예술인이 과연 권리를 얻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거죠. 제가 하는 말이 예술인들을 실망하게 할 수 있겠지만, 더 나아가기 위해선 그걸 깨야 합니다. 자기 껍질을 깨고 나아가야 더 큰 게 얻어집니다. 그렇다고 너무 조급해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권리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죠.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예술 분야는 근로기준법이 잘 적용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고,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예술 분야는 다른 방향으로 예술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겠죠. 

 

Q. 예술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나요? 


김성중 : 현재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되고 있으니 평가과정을 겪어야겠죠. 그리고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슈화시키고 문체부, 예술인복지재단, 예술단체들과 소통을 하면서 대안을 만들어야겠죠. 문화체육관광부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다른 행정부서와도 협의해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행정부 입법이 쉽지 않을 땐, 의원 입법을 하는 것도 방법이죠. 그러면 의원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고,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의원들에게 설득해서 필요성을 이야기하면 입법이 되겠죠. 국가 예산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법에 한 조문으로라도 들어가야 예산확보가 수월해요. 법에 명시되어있지 않으면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요. 문화예술계가 공동목표 의식을 갖고 다 같이 노력해야 가능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인터뷰이 소개 ㅣ 김성중 노무사


대한민국에서 예술계의 노무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노무사 중 한 명이다. 현재 노무법인 유앤 파트너노무사로 일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전문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예술산업과 관련된 저술 및 논문에는 예술분야 일자리 특징 및 인력정책방향(2010, 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분야 (예비)사회적기업 운영가이드(2010년, 고용노동부), 근로계약과 취업규칙 실무(2009,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경영실무따라잡기(2007,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이 있다. 

 

 


 

 

 

■ 인터뷰이 개인의 의견은 <인터뷰레터 : 들음>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뷰/글 : 현승인(funkali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