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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좌담] 아티스트에게 포트폴리오는 이력서에 불과할까? - 홍경한/김소현/김제현




[좌담] 아티스트에게 포트폴리오는 이력서에 불과할까?

  

아티스트에게 포트폴리오는 개성과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소통 도구이다. 최근 예술계에 기금사업, 공모전 등 '나'를 보여줘야 하는 이유가 늘어난 만큼 포트폴리오의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포트폴리오의 쓰임새가 늘어난 데 반해, 각 아티스트의 포트폴리오의 개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지금 흔히 쓰이는 아티스트의 포트폴리오는 자신의 이력과 커리어를 나열한 이력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아티스트에게 포트폴리오는 이력서에 불과한 것일까? 이번 들음에서는 좌담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둘러싼 예술계의 다양한 문제를 짚어본다.

 

 

  

일시 ㅣ 

2014. 09. 02. 오후 2시, 서울시 정동 까페 산 다미아노  

 

함께 해주신 분들 ㅣ 

홍경한 (미술평론가, 경향아티클 편집장)

김소현 (TIMF앙상블 상임이사)

김제현 (배우 겸 공연예술인, 다원예술극단 '상상발전소' 소속)

 


사회/글 : 현승인(funkaline@gmail.com)

 


- 포트폴리오는 어디에 쓰이는가?

 

Q. 이번 좌담은 '예술가에게 포트폴리오는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기 위해 세 분을 모셨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홍경한 : 미술평론가이자 시각예술저널 '경향아티클' 편집장을 맡고 있는 홍경한입니다. 

 

김소현 : 통영국제음악제 상주연주단체인 TIMF앙상블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김소현입니다. 단체의 운영을 총 책임지고 있고 통영국제음악제 총괄사업팀장을 역임할 때에는 주로 예술감독님을 보좌하며 함께 프로그래밍하고 아티스트를 선별하는 일들을 해왔습니다.

 

김제현 : 김제현입니다. 배우 생활을 하다 작년부터 다원예술극단 상상발전소와 기획, 연출을 같이 하고 있어요. 물론 플레이어로서 여전히 참여하고 있고요.

 

Q. 먼저 포트폴리오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가 주로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홍경한 : 시각중심의 미술계가 아마 포트폴리오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각종 공모전에 출품할 때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고, 레지던시 입주를 위해서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죠. 또한, 기금신청 등, 정부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신청하려 해도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해요. 이런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를 받는 이유는 효율성 측면이 커요. 사업마다 선정 및 지원할 작가는 한정되어있는 데 반해, 신청하는 작가들은 많기 때문이죠. 일일이 작품을 직접 보면 좋으나 현실적으론 그게 불가능하고, 때문에 몇 명의 위촉 심사위원들이 제출된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지원, 선정, 입주 등과 관련한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구조죠.

 

김제현 : 포트폴리오의 목적 자체가 자신이 어떤 예술을 하는 사람인지 홍보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은 단순한 형식의 포트폴리오를 사람들이 지겨워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유튜브나, SNS 등 다른 매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죠. 개인적으로 저는 제 퍼포먼스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을까를 중점적으로 생각을 많이 해요.

 

홍경한 : 예술가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과 예술적 가치관을 드러내 수 있어요. 시각 예술이라고 달랑 이미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도 곁들여지고요. 작가노트라던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평론 등을 첨부하는 사례가 그것이죠. 예술가 입장에서 포트폴리오는 자신을 드러내고 홍보하기 위한, 어쩌면 세상의 요구에 답하기 위한, 그러면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겠죠.

 

김소현 : 시각예술과 비교하면 클래식 음악계는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보통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시점이 되면 그때야 부랴부랴 준비하는 편이죠. 기금사업이나 학교 교수 공채 자리 났을 때, 난리가 나요. 이제까지 했던 것들을 다 모으느라고요. 근데 어떻게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포트폴리오를 어디에 제출하느냐에 따라서 요구하는 자료가 다 다르거든요. 기금 사업의 경우 사업의 규모에 따라서 간단하게 준비해서 제출하는 경우가 있고, 책 한 권의 분량을 만들어야 낼 때도 있어요. 미리미리 준비되어있는 건 별로 없죠.

 

Q. 홍경한 편집장님과 김제현 작가님의 말에 따르면 예술가의 포트폴리오는 자신만의 예술관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김소현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클래식 음악계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클래식 음악계의 포트폴리오는 단순한 이력과 커리어를 나열한 이력서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가요?

 

김소현 : 클래식 음악계는 아직도 문서 상의 이력을 주로 봐요. 유명한 대회의 상을 받았는지, 규모가 큰 음악제에서 초청을 받아 연주했는지, 어디에서 연주한 경력이 있는지 등의 기록들을 주로 보죠. 보통 포트폴리오에 녹음된 음원을 첨부하는데요, 심사위원들이 그것을 다 들어보는 경우는 많이 못 봤어요. 요즘 한국 사회에서 비판하는 스펙의 나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죠. 적어도 제가 접한 포트폴리오는 거의 그래요. 근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포트폴리오는 더는 변별력이 없어요. 스펙이 좋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거든요.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독주회와 많은 연주가 벌어지고 있는데, 그 포맷과 그 안에 들어가는 콘텐츠는 거의 똑같아요. 다른 두 분께서 포트폴리오의 목적이 예술적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포트폴리오가 그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죠.

 

홍경한 : 다행이라면 현재 미술계에서는 그런 스펙을 점점 배제하는 추세예요. 더욱 공정한 심사를 위해 학력을 비롯한 경력란을 가리거나 심지어 이름마저 블라인드 처리하는 경우도 많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고, 스펙이 좋다고 작품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죠. 박사학위 받았다고 작품성도 박사인가요.

 

Q. 미술 전공과 관련해서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법만을 알려주는 학원이 매우 많다고 들었습니다. 미술보다 오히려 포트폴리오 제작을 중심으로 강의가 이루어진다더군요. 해외 예술 대학의 심사위원들은 포트폴리오만 봐도 한국 학생이란 것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있던데요.

 

홍경한 : 네. 예술 대학 진학을 목표하는 학원들이 있고, 각 대학에 맞게 맞춰놓은 일종의 포트폴리오 매뉴얼이 존재해요. 그런데 어떤 학생의 포트폴리오든 거의 유사한 폼으로 만들어지죠. 실기능력을 검증받기 위해 도판 놓고, 경력 넣고 기타 등등. 한데 포트폴리오만 보면 굉장히 완벽해요. 그런데 오히려 해외 대학에서는 한국 학생을 뽑고 싶어도 너무 완벽해서 못 뽑겠다는 얘길 종종 해요. 학교라는 곳은 부족한 것을 가르쳐서 완성하는 곳이지, 이미 잘하는 사람을 뽑는 곳이 아니라는 거죠. 이를 다른 말로 하면, 학교에 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기도 해요. 다소 허술하고 아마추어적인 면이 있을지라도, 그중에서 눈에 띄는 개성을 발견하고 가능성 있는 친구들을 입학시키고자 하는 건데, 우리나라는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 보니 자기 개성을 상실하게 되는 우를 범해요. 아이디어 디벨로핑 과정 및 창의성을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를 읽어내고 싶어도 포트폴리오만 봐서는 되레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김소현 : 음악계에선 그렇게 포트폴리오를 같이 제작해주는 학원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건 있어요. 유학이나 대회를 준비할 때 포트폴리오와 함께 음원을 함께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레코딩을 하는데요, 전문으로 레코딩을 해주는 업체가 있어요. 음원을 어떻게 편집할지를 지도해주는 거죠. 그래서 보통 그런 서비스를 해주는 좋은 스튜디오에서 비싸게 돈을 주고 레코딩을 해요. 그런데 해외 젊은 친구들은 간단하게 핸드폰으로 녹음해서 제출하고 그러더라고요. 처음엔 그런 친구들을 보고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자기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방법인 것 같아요. 잡음이 들린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보정을 하지 않고 그대로 제출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교수님들 같은 경우에는 "너무 성의 없게 한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김제현 작가님, 퍼포먼스를 하거나 연기를 하는 플레이어들은 보통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준비를 하나요?

 

김제현 : 플레이어들은 경력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둔감한 편이에요. 배우 생활을 할 때도 포트폴리오라고 하기보다는 프로필 사진을 몇 장 보여주는 정도가 전부였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플레이어라는 특성상 따로 무엇을 준비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아니 내가 이만큼 잘하는 것을 오디션에서 보여주면 되지, 이걸 서면으로 정리해서 내야 해?' 이런 생각을 많이 갖거든요.

 

 


 

 좌로부터 홍경한, 김소현, 김제현  ⓒ별일사무소

 

 

- 매뉴얼화된 포트폴리오

 

Q. 세 분께서 말씀하신 포트폴리오는 모두 서류상의 포트폴리오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서면 포트폴리오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 전부는 아닐 것 같은데요, 보통 포트폴리오라고 하면 그런 서면상의 포트폴리오를 떠올리게 되는 건가요?

 

홍경한 : 일반적으론 서류상의 포트폴리오를 말하는 게 맞죠. 공공사업이나 레지던시처럼 적극적인 지원자가 많이 몰리는 사업에서는 대부분 그런 형식의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니 활용빈도도 높고요. 실제로 위와 같은 경우 보통 1차와 2차는 각 주관 측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충족시켰느냐를 따지는 서류적격심사와 포트폴리오 심사를 해요. 그리곤 3차로 프레젠테이션을 하죠. 참고로 인터뷰라 칭해지곤 하는 프레젠테이션은 작가와 대면하는 시간인데, 약 10분 내외로 자기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게 해요. 글과 도판으로 채워진 포트폴리오만 봐서는 작품의 수준을 확신하기 어렵고, 궁금한 것도 발생하기에 일종의 보완장치로 프레젠테이션하게끔 하는 거죠.

 

김제현 : 프레젠테이션 하다 보면 청문회를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여기 내가 왜 왔나 싶기도 하고요. 제가 아는 조형 작가는 프레젠테이션 심사에서 "이걸 왜 만드셨어요?" 부터 시작해서 말도 안 되는 질문과 독설을 들었대요. 대체 무엇을 심사하려는지 모르겠는 거죠. 무엇보다 예술을 잘해야지, 사업계획서를 잘 쓰고 프레젠테이션을 잘해야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홍경한 : 네, '청문회 같다.'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지적하신 것처럼 프레젠테이션이 작가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창작환경이 열악한 대한민국 예술가들은 대부분 자존감 하나로 사는데 김제현 작가님의 말마따나 심사위원이 수준 미달의 질문을 한다거나 독설을 내뱉는 경우 그들은 큰 상처를 받죠. 더구나 그런 자리가 창작가들에겐 굉장히 어색하기도 해요. 그들은 그림으로 이미 자신에 대한 설명을 다 하고 있는데 자기소개서나 전시계획서 등의 서류 작성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도 모자라 여러 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혼자 서서 설명까지 해야 한다는 건…. 아무튼 개선되어야 할 지점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여겨요.

 

더불어 사업계획서 부분도 문제가 있어요. 그림 그리려고 예술가로 살고 있는데, 언제부턴가 사업계획서와 전시기획서 쓰느라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죠. 사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작가들도 전시기획서와 같은 서류 작성을 매우 힘들어해요. 그뿐인가요, 어떻게 예산을 받아도 이후 칼 같은 정산과정이 남아 있기에 이 또한 곤욕이라고들 하죠. 아마 기관에서는 그런 절차들을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일상이 창작의 밑거름이 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생활비와 같은 실질적 지출을 허용하지 않는 등의 여러 문제는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은 수학이나 과학이 아니잖아요. 공무적 마인드로 접근할 대상은 더더욱 아니고요.

 

Q. 그런 관습들이 포트폴리오를 점점 이력서처럼 형식화시키고 있다는 거군요?

 

홍경한 :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죠. 포트폴리오 형식마저도 제한하고 있으니까.

 

김제현 : 그런 관습에 익숙하지 않은 작가들은 규정된 포트폴리오 안에서 자기가 가진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 형식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좀 더 유리한 것 같아요

 

Q. 입시, 취직, 공모전을 목적으로 하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지 않는 걸까요?

 

김소현 :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스타들은 굳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지 않아요. 포트폴리오가 없어도 서로 섭외하고 싶어서 난리거든요. 물론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셨기 때문에 가능한 거겠지만요.

 

Q. 하지만 항상 그런 스타들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김소현 : 그렇죠. 저희뿐 아니라 기획을 하는 모든 분이 그렇겠지만, 먼저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그것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죠.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천편일률적인 이력서만 봐서는 누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 길이 없어요. 그래서 저희 같은 경우에는 작곡가의 추천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작곡가가 생존해 있을 수 있는 동시대의 작품을 연주한다는 것이 갖는 어드밴티지라고도 할 수 있겠죠. 혹은 비슷한 성향 작곡가의 작품을 했던 사람들을 찾거나.

 

Q. 그런 사람들의 경력 자체가 또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홍경한 평론가님, 미술 전시 기획을 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전시에 맞는 작가를 섭외하려면 어떤 작가들이 있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홍경한 : 미술계에 오랜 시간 몸담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만들어지죠. 그래서 많은 기획자와 저희 같은 평론가들은 동시대 어떤 작가들이 어떤 작품을 하고 있는지 이미 많이 알고 있어요. 애초에 기획할 때부터 거기에 맞는 작가를 몇 명 정도는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도 뭔가 자신의 기획에 부족하다 싶으면 또 다른 전문가들에게 추천을 받기도 해요. 그런 경우엔 추천자의 공신력과 경험을 믿죠.

 

Q. 그럼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를 볼 여지는 없는 건가요?

 

홍경한 : 만약 추천이 아니라, 자신이 확실히 아는 작가가 아니라면 전시기획에 관해 설명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요구하기도 하죠. '어떤 전시를 기획하는데, 당신의 작품을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요. 근데 작가의 작업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면 대부분 직접 보러 가요. 작업실에 가면 실제 작품은 물론 가시적이지 않은 부분까지 다 볼 수 있으니까요. 사실 그런 상황이 가능하다면 굳이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일은 많지 않아요. 그럴 필요도 없고요. 물론 훗날을 위한 자료 축적 면에서 필요하다 여기면 포트폴리오를 준비해달라고도 해요.

 

Q. 실제로 이미 필드에서 활동하고 계신 스타작가들에겐 따로 포트폴리오를 요구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네요?

 

홍경한 : 위에서도 언급했듯 아카이빙 차원에서는 필요할 수 있으나 이미 당대 내로라하는 스타 작가라면 굳이 포트폴리오를 달라고 할 필요는 없겠죠. 여러 경로를 통해 수없이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스타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건 아니에요. 현장에서 많은 작가를 만나는 평론가, 기획자, 화랑관계자들이라면 이미 머릿속에 다 들어 있는 걸요. 여기서 중요한 건 평론가든 기획자든 발품을 많이 파는 이들은 작가들에 대한 이해, 미술 흐름 등에서 예민할 뿐만 아니라 나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죠. 그 포트폴리오는 작가들이 만드는 물리적 포트폴리오와는 달라요. 저는 이게 바람직한 현상이라 여겨요. 작가들에게 포트폴리오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작가와 관계 맺는 이들이 오히려 세밀하게 먼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는 그 본연의 창작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도록 해야죠.

 

 

 

- 포트폴리오의 확장

 

Q. 포트폴리오는 대개 누군가에게 심사를 받고자 하는 목적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외에 활용되는 사례는 없나요?

 

홍경한 : 심사 등의 목적에 많이 쓰이고 있지만, 작가 스스로 자기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성찰하는 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평론가나 기획자들로부터 비평 혹은 대화를 위한 매개로써 만들어두는 경우도 있고요. 그들은 공모전, 기금 등, 무언가 당락을 결정짓는 자료로서의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발전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거죠. 자기의 철학적, 사상적 기록물이라고 여기면서 내 작품을 조금 더 완성도 있게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의 포트폴리오라고 해도 되겠네요.

 

Q. 작년에 사비나 미술관에서 했던 [Artist's Portfolio] 전시도 그런 의도로 기획된 전시였나요?

 

홍경한 : 네. 매뉴얼화 된 이력서 개념에서 벗어나, 작가의 예술세계가 함축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순수미술 및 디자인 분야의 작업 방식과 변화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였죠. 흔히 포트폴리오의 형태를 파일에 이미지를 삽입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자신의 예술 방식에 따라 포트폴리오도 새로운 예술 표현으로 승화될 수도 있다는 것, 포트폴리오의 의미, 역할이 예술가마다 다를 수 있음을 드러내기도 한 흥미로운 전시였어요.

 

김제현 : 저는 블로그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그것에 대한 스토리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그게 진정한 의미의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딘가에 제출할 목적이라면 잘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의 예술관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미 안에서는 오히려 블로그가 더 포트폴리오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김소현 : 블로그나 SNS,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가 확장된 개념의 포트폴리오로써 기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에서 말한 포트폴리오가 어딘가에 제출해서 심사를 받기 위한 용도라면, 소셜미디어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잖아요. 다수의 대중을 향해서 결과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하고 있는 프로세스 자체를 보여주는 것은 확장된 의미의 포트폴리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홍경한 : 개념상으론 그런 인터넷 창구들이 포트폴리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건 맞아요. 그러나 예술인 스스로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하며 "이것이 포트폴리오다"고 지정해놓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하듯이 자기 발언의 창구로, 홍보 및 자료를 축적하기 위한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더 많죠. 하지만 그걸 보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그것을 포트폴리오로 여길 수도 있죠. 실제로 평론가나 기획자, 큐레이터, 프로그래머가 보기에는 딱딱하고 가공된 물리적 포트폴리오보다는 페이스북이 포트폴리오로써 더 효과적인 기능을 할 수 있고요. 그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작품을 만든 것인지 등에 대한 정신적 배경을 알 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딘가에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할 때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링크 하나 걸어 넣고 '여기 와서 보세요.'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더구나 요구되는 형식과 규정이 존재하니 거기에 맞게 작품을 추려 낼 수밖에 없는 거죠.

 

김제현 : 포트폴리오를 어떤 목적으로 만들고, 어디에 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홍경한 : 네, 맞아요. 그런데 다행이라면 어떤 심사에 필요한 포트폴리오의 경우 심사하는 사람들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예술인에게 요구하는 포트폴리오의 형식을 비규격화 하려는 시도들이 있다는 점이에요. 서류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포트폴리오의 형식 역시 자유롭게 제작, 응모,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도 있죠. 더불어 '심판'하는 듯한, 혹은 청문회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곤 하는 프레젠테이션은 가급적 하지 말고 그 대안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해요. 작가와 함께 진행하는 크리틱도 그중 하나고요. 물론 행정적, 절차상의 이유로 당장은 시행하기 힘들겠지만, 의지만 올곧다면 서서히 변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 포트폴리오가 예술인복지에 기여할 수 있을까?

 

Q. 최근 기업과 예술의 융합, 그리고 예술가의 사회 참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예술 활동의 폭 역시 넓어지고 있습니다. 한국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도 예술인을 기업과 지역사회에 연결해 예술인에게 지속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예술인파견지원'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매칭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주체를 효과적으로 매칭시키는 것일 텐데요, 포트폴리오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홍경한 : 그럼요. 그것도 포트폴리오가 지닌 하나의 역할이니까요. 하지만 아까 말했던 것처럼 포트폴리오의 형식을 오픈해야 효과가 클 거예요. 매칭 프로그램의 목적과 성격을 상세히 알려준 다음 거기에 맞게 자유롭게 제출하라고 하면 정말 창의적인 형식이 다수 선보일 거예요.

 

김제현 : 전 현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지금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단순한 경력사항만 요구하고 있어요. 몇 년 도 작품, 첨부파일 사진, 포스터. 이렇게 내면 딱 끝이에요. 제 작품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포트폴리오가 예술인파견지원사업에 도움을 주려면 홍경한 평론가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매칭될 기업과 지역사회가 어느 곳인지 상세히 알려주고, 예술인에게 그에 맞는 자유로운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게끔 해야 해요. 단순히 '이 사람이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이다.'를 설명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의 퍼포먼스가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다.'까지 생각할 수 있게끔 해야 효과적이죠.

 

 

김소현 : 여러 문화단체에서 이러한 매칭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매칭이 잘못되어 각각의 매칭 파트너 모두 불편해하는 사례를 많이 봤어요. 서로 이걸 왜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고, 예술인은 환영받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이런 문제가 없으려면 기업과 지역사회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예술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해요. 매칭 전에 이런 것들이 미리 오픈이 돼야 예술인이 거기에 맞춰서 제안할 수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홍경한 : 매칭프로그램의 문제는요, 행정적인 성과 위주로 가는 경향이 많아서 수용자 입장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예술인의 입장이 고려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몇 팀이 매칭되었고, 수치상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지 미학적 성과나 담론형성의 여부, 예술향유의 파급성 등에는 거의 무관심하죠. 예산이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에 실질적인 수준인지도 고려해야 하는 데 그게 또 그렇지 않아 보여요. 더구나 행정적인 절차와 틀이 너무 견고해요. 그것을 깨뜨리지 않고 예술인보고 맞추라고 하다 보니 자꾸 아귀가 안 맞는 거예요. 이런 구조적인 문제부터 거론해야 해요. 포트폴리오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에요.

 

Q.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예술인의 경력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인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온라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거죠. 이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이 어느 정도의 유용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홍경한 : 예술인들이 직접 기재하는 경력 정보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장치가 있나요? 그게 없으면 소용이 없을 것 같은데요.

 

Q. 이번에 예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경력정보시스템 내에서 예술활동증명 승인절차가 이루어지게 되어 일정 부분 검증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경한 : 전문가들이 개입한다면 어느 정도 공정성을 확보할 순 있겠네요. 물론 작가들로부터 신임을 얻고 있는 전문가여야 하죠. 그래도 자신의 경력에 대해 어떤 시선을 들이댄다는 것 자체에 불편해하는 예술인들도 계세요. '내 경력을 왜 너희가 검증하느냐'는 거죠. 하지만 이런 문제는 태생적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

프로젝트 중심 활동으로 분절화 되기 쉬운 예술인의 경력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예술활동증명 시 제출한 서류를 기본으로 웹을 통해 예술인이 직접 경력을 삭제/삽입/갱신 등을 할 수 있다. http://www.koreanartists.kr

 

「예술인복지법」제6조​ (예술인의 경력 증명 등에 관한 조치 마련)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예술인이 고용,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받지 아니하도록 예술인의 경력 증명 등에 필요한 별도의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예술인복지법」시행령 제3조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법 제6조에 따라 예술인의 경력 증명을 위하여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할 수 있다.

 

 

 

 

Q. 예술 경력이 제대로 증명되지 않아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로 예술활동 경력단절이 있습니다.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으로 예술인이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다면 경력단절의 문제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에 대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홍경한 : 포트폴리오가 그 매개가 될 수는 있을 것 같긴 해요. 하지만 그보다는 경력단절을 근본적으로 미리 방지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우선 돼야 하지 않을까요?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그 근원을 찾고 어떻게 하면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게 순서라는 것이죠. 정말이지 예술가들은 기본적인 민생고만 해결되어도 붓을 놓지 않을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기 일쑤에요. 제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예술인과 현실인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붓을 던지고 마는 것이죠. 그게 곧 지금 말하고 있는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 것이고요. 이러한 현실이 국가적 차원에서 얼마나 큰 손실인지 정부는 알까요?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정부를 비롯한 기관은 우리 예술인들에게 진정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해요. 사실상 포트폴리오 문제는 그다음이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물감값이 없으면 전화하라"고 했잖아요. 언제 어느 때고 현실과 마음을 전하면 그 가렵고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주는 곳, 상생하는 마음으로 예술인을 섬세하게 살피고 그들을 친구로 생각하는 곳이어야 해요. 그러나 어떤 잣대로 무언가를 '하사'하려는 듯하거나 '갑'의 위치에서 뭔가를 나눠주는 듯한 태도가 너무 많은 게 우리 예술계에요. 예술가들이 없다면 평론가, 기획자, 학예사, 기관 담당자 등, 그 누구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점만 기억해도 못 그럴 것 같아요.

 

김제현 : 예술인경력증명시스템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홍보 같아요. 저부터도 기금사업이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사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이런 것들을 아는 예술인이 제 주변에 그리 많지 않아요. 관심도 별로 없고요. 서류 보자마자 '어휴, 그냥 아르바이트하고 말지.' 하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찾아와 줄 때까지 계속 홍보하고, 꾸준히 계속 예술인복지사업을 해나가야 하는 거죠.

 

Q. 갑자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된 것 같네요. (웃음) 조언 감사합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계속적인 관심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다시 포트폴리오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오늘 좌담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아티스트에게 포트폴리오는 본래 아티스트의 개성과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었지만, 기금사업과 같이 다수의 지원자가 몰리는 사업에서 포트폴리오의 형식을 제한하다보니 포트폴리오가 매뉴얼화 되고, 본래의 포트폴리오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홍경한 : 마인드, 태도, 접근방식부터 바꿔야겠죠. 참고로 기금사업과 같이 다수의 지원자가 몰리는 사업에서 포트폴리오의 형식을 제한하다 보니 포트폴리오가 매뉴얼화 되고, 본래의 포트폴리오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 덧대어, 포트폴리오를 심사하는 심사위원들도 정말 잘 선정해야 한다고 여겨요. 그냥 감투 보고 심사위원으로 선정하는 것은 배제해야 해요. 보통 심사위원으로 교수들을 많이 앉히는데, 일부라곤 하지만 동시대 예술 흐름에 의외로 예리하지 못한 사람들이 바로 이 교수들이에요. 이들은 예전에 학습된 이론과 경험을 누누이 반복해 시대와 동떨어진 현상을 보이기도 하죠. 저는 독립기획자들을 비롯한 공사립미술관 학예사, 미술전문기자 등 현장 전문가들을 추천해요. 그들처럼 아래에서부터 철저하고 오랜 시간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성장해 예술인과 의기투합하고 마음을 읽어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 이론적 수양도 뒤지지 않을뿐더러 누가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등, 예술인에 대해서도 구석구석 누구보다 많이 알고요. 무엇보다 작가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배우려하며 그들의 심정을 잘 이해해요.

 

김소현 : 저는 예술인들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야는 모르겠고 클래식 음악계의 예술인을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인 이력서와 같은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내가 뭘 잘하는 지, 특별히 어떤 레퍼토리에서 강하고 특성화된 분야가 무엇인지 강조해서 드러냈으면 좋겠어요. 레퍼토리를 좁혀놓고 '나는 이 부분에서는 스페셜리스트야'라고 말하는 것이 경쟁력이에요. '시켜만 주시면 다 잘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않아요.

 


 

  

사회/글 : 현승인(funkali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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