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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좌담] 아티스트 피(Artist fee), 어떻게 책정할 수 있을까? - 박소현/김월식




[좌담] 아티스트 피(Artist fee), 어떻게 책정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예술가의 노동에 대한 경제적 대가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예술 활동을 노동으로 볼 수 있는가?'. '예술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원시킬 수 있는가?'의 수준에서 진척되지 않고 있다. 특히 타 예술분야와 비교해 산업화가 어려우며 개인적 활동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각미술'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시각 미술 예술가들이 가장 많은 곤란을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아티스트 피(Artist fee)다. 앞의 논란이 답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에도 많은 예술가가 전시에 대한 정당한 대가인 아티스트 피를 제대로 받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뉴스레터 들음에서는 시각 예술분야의 아티스트 피가 지급되지 않는 현실과 원인, 그리고 아티스트 피는 책정되기 위해서 준비되어야 할 것들에는 무엇들이 있을지 이야기해보았다.

 

 

  

일시 ㅣ 

2014. 12. 16. 오후 1시, 홍대

 

함께 해주신 분들 ㅣ 

박소현 연구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연구실 부연구위원)
김월식 작가 (무늬만 커뮤니티 디렉터)

 

 

사회/글 : 현승인(funkaline@gmail.com)

 



- 기준 없이 지급되고 있는 아티스트 피

 

현승인 : 많은 시각 예술가들이 아티스트 피(Artist Fee)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자체나 예술기관에서 진행하는 초청 전시의 아티스트 피안에는 운송비, 설치비 등의 전시에 필요한 부수적인 비용들이 포함되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다고요.


김월식 : 아티스트 피를 지급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다 제각각이라서 생기는 문제죠. 비교적 큰 미술 전시 행사인 비엔날레 역시도 운영위원회마다 기준이 다 다릅니다. 제 경험을 비추어보면, 비엔날레에서는 계약서를 쓰긴 써요. 계약서 안에는 재료비, 운송비, 진행비, 작가사례비 이렇게 항목이 나누어져 있죠. 그런데 그 금액과 비용이 다 제각각 것은 마찬가지예요. 이런 비엔날레의 사례는 굉장히 좋은 경우이고, 대부분은 보통 항목을 나누지 않고 모든 비용을 한꺼번에 묶어서 계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총 얼마를 줄 테니 그 안에서 다 해결을 하라는 거죠.
 
현승인 : 항목을 나누지 않고 모든 비용은 묶어서 계약하게 되면, 작품에 들어가는 재료비를 많이 쓸 경우엔 그만큼 작가사례비가 줄어드는 것이겠군요. 반대로 재료비를 적게 쓰면 작가사례비가 늘어나겠고요.   


김월식 : 그렇죠. 그런데 하나로 묶어서 계약해도, 시각예술의 장르마다 아티스트 피가 차이가 나요. 일반적인 경우라기보다는 판매하기가 까다로운 개념적인 작업이나 설치미술 하는 작가들, 또는 퍼포먼스가 작업의 주된 설정이 된 작가들 역시 아무래도 아티스트 피를 많이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료비가 많이 드니까요. 또한, 물질적인 아웃풋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판매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그렇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도 웃긴 거죠.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근수 달아서 아티스트 피를 매기냐는 거죠. 그럼 저 같은 컨템포러리 작가도 그냥 재료를 돌로 하면 많이 주나요?


박소현 : 계약서에 재료비를 별도 항목으로 넣진 않았지만, 그게 아티스트 피에 반영되긴 한다는 건가요?


김월식 : 따로 항목이 분류되진 않았지만, 장르에 따라 전체예산이 차이가 나는 거죠. 아무래도 전체예산이 커지면, 융통성 있게 쓸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거고요. 근데 제 생각에는 기획자들도 작가들에게 아티스트 피를 어떻게 줘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특히 예술계 네트워크가 빤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기획자가 힘이 세면 아티스트가 끌려다니고, 아티스트가 유명하거나 파워가 있으면 기획자가 그냥 끌려다니는 형국인거죠. 

 

현승인 :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냥 기준이 없다는 거군요.


김월식 : 기준이 없죠. 그래서 속된 말로 작가들이 전시마다 알아서 주판알을 튕겨봐야 하는 거예요. 전시회 사이즈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기획자가 진행하는지, 기획자가 몇 명인지, 그 밑에 코디네이터는 몇 명 붙어있는지. 이런 것들을 보고 그 상황에 맞게 작가들이 요구하는 거죠. 예를 들어 특별한 정치적 주제를 가지고 있거나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는 전시라면 펀딩 자체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럴 경우에는 소규모 예산일 확률이 높지요. 하지만 같이 뜻을 연대하거나 전시 자체가 작가 작업의 명분과 방향이 같을 경우에는 아티스트 피와 상관없이 전시할 경우도 많이 있어요. 제 경우에는요. 반대로 국고보조금이 들어간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전시 같은 경우엔 좀 세게 부르죠. 세게 부른다는 것도 결국에는 현실적인 금액인 경우입니다. 재료비와 진행비 작업 기간에 따르는 인건비인 경우인 셈이죠.


현승인 : 아티스트 피에 관한 기준이 불명확하여서 곤란함을 겪는 작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기준이 될 만한 표준이 만들어져야 하겠지요. 한국관광연구원에서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박소현 :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현재 기본적인 자료들을 조사 분석하고 계약서에 어떤 항목이 반영되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사실상 미술계에서 계약서를 제대로 쓰는 경우가 드물잖아요. 그러다보니 미술계 내부에서도 표준계약서에 어떤 항목들이 반영이 되어야 하는지 역시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 거죠. 갤러리 전속작가만 하더라도 실제로 계약서를 쓰지 않는 작가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질적인 계약사항이 없이 전속작가라는 이름의 교환인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요. 그리고 개발된 표준계약서를 공공부문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도 적용한다면 기존의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은 어디까지 일지, 사실상 이런 것들이 큰 고민이라고 할 수 있죠.




- 아티스트 피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현승인 :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에 아티스트 피에 관한 항목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텐데요. 이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므로 아티스트 피에 대한 정의와 범위 역시 제대로 합의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두 분께서는 아티스트 피에 대한 정의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요.


박소현 : 아티스트 피를 전시 작가에게 주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전시대여비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전시를 위해 작가의 작품을 일정 기간 동안 대여한 것에 대한 비용인 거죠. 다만, 운송비나 설치비 같은 기타 부수적인 비용은 별도 항목으로 책정해야죠. 그리고 전시 작가가 전시 외에 관련된 강연, 도록과 관련된 부대 활동 등 전시에 부수적으로 수반되는 활동에 대해서도 항목을 분류해서 비용을 지급해야죠. 이렇게 각각의 활동을 항목별로 분류해야 기준단가가 나올 수 있겠죠.


김월식 : 기존에 있었던 작품을 대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획 주제에 맡게 새로운 작업을 요구받을 때도 있어요. 그리고 한 작품을 계속 뺑뺑이 돌리기는 어려우므로 어쩔 수 없이 작가는 계속 새로운 작업을 해야만 해요. 어느 미술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작품을 다른 미술관에서 요청해서 전시를 할 경우엔 대여비가 맞겠지만, 작가가 보관하고 있는 작품을 전시할 경우엔 단순하게 대여비만 가지고 측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현승인 : 작가에 따라선 기존에 만들었던 작품을 대여하는 것과 새로 작품을 만들어서 대여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대여비라는 항목에는 작품 창작에 대한 비용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박소현 : 그래서 그 대여비를 어떤 기준으로 설정할 것인지를 심도 있게 논의해봐야 하는 거죠. 유명한 휘슬러와 러스킨의 그림 소송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런 논란은 예전부터 계속되어왔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만들기 위해선, 전시에 필요한 활동들을 항목별로 세분화해서 가장 합리적인 선이 어디인지 합의할 필요가 있어요. 러스킨처럼 작품에 들어간 재료값이나 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지만요.

 

 

휘슬러와 러스킨의 그림 소송 사건

1870년, 화가 제임스 휘슬러(James Whistler)와 평론가 존 러스킨(John Ruskin)과의 법정 공방 사건. 휘슬러가 그의 작품 <검정과 금빛 야상곡 : 떨어지는 불꽃>에 200기니의 값을 매긴 것을 평론가 러스킨이 ‘파렴치하다’고 평가하여 불거진 명예훼손 사건이다. 러스킨은 작가들이 작품값을 과대하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작품에 투입된 시간을 근거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했다. 반면, 휘슬러는 작품 창작은 작가 한평생의 지식과 경험에서 나오는 것으로, 시간개념으로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월식 : 표준화하기 참 어렵죠. 작가들은 예술이 제도화되는 만큼 상상력 또한 표준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이러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잘 모르겠다며 슬쩍 발을 빼는 거죠. 하지만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예술가들을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은 맞아요. 그럼에도 심정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죠. 지금 말하고 있는 아티스트 피 역시 표준을 만들려면 작가와 작품에 등급을 매겨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 것들이 마음이 걸리는 거죠.  


박소현 : 그래서 기준이 만들어지더라도 계속해서 수정할 필요가 있는 거죠. 캐나다의 CARFAC의 경우를 살펴보면 기준단가를 항목별로 정해놓은 다음, 그 이후에 물가상승률 등 여러 가지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서 지속해서 조정을 하는 과정들을 거치고 있어요.


 

 

CARFAC(Canadian Artists’ Representation)
1968년 미술가들의 근로 조건과 경제적 상황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비영리 기관. 미술가 최저 요금 분류체계와 전시권법에 저작권법을 추가하라는 CARFAC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이 때문에 미술가는 공공미술기관에 전시할 경우 이에 아티스트 피를 지급 받을 법적인 권리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좌로부터 김월식, 박소현    ⓒ별일사무소

 

 

 

- 아티스트 피에 대한 무지

현승인 : 그렇다면 작가들은 자신들이 받아야 할 아티스트 피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개인마다 나름대로 기준이 있을까요? 


김월식 : 단맛, 쓴맛 다 맛을 본 경험이 많은 작가들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전시 사이즈를 보고 견적을 내긴 하죠. 그런데 그런 경험이 부족한 젊은 작가들은 어디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어요. 친구들한테 물어보자니 친구 중에서도 그런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별로 없고, 그렇다고 선생님께 물어보자니 선생님의 기준과 나의 기준이 맞지 않기 때문에 결코 좋은 조언이 되기가 힘들죠. 게다가 작가들 사이에선 예술은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들이 팽배하기 때문에, 지금은 가난하지만 언젠간 대박이 나면 그동안 투자했던 것을 한 방에 다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해요.


박소현 : 뭐랄까, 아티스트 피가 작가들 사이에서 신화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간혹 받을 때가 있어요. 아티스트 피를 전시에 대한 객관적인 대가로 받는 것이 아니라, 말씀하신 것처럼 그동안에 겪었던 경제적인 어려움과 전시를 준비하면서 쏟아 부었던 열정과 마음, 그리고 물리적인 노동에 대한 대가까지 아티스트 피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분들이 계신 거죠. 근데 이렇게 해서는 절대 합의점이 나올 수 없어요.


현승인 : 김월식 작가님께서 경험이 적은 젊은 작가들은 아티스트 피에 관해 조언을 얻을 수 있을만한 곳이 마땅히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학교에서 그런 것들을 알려주지 않는 건가요?  


김월식 : 학교에서 그런 걸 가르치고 있지는 않죠. 사실 전 매우 필요하다고 봐요. 우리나라 미술대학 중에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커리큘럼조차 없는 학교들이 많아요. 그뿐 아니라 공적기금에 대해서 작가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적응을 해야 하는지 학교에서 알려줘야죠. 대학을 나와서 배우기에는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해요. 이런 준비를 하나도 시키지 않고 이상한 작가관만 심어주고 있어요. 스튜디오 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교육이 계속되면 지금의 관행들이 바뀌기 어려울 거예요.


현승인 :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들도 하시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 교수님들 개인 작업에 제자들을 불러서 며칠 밤 작업을 시켜놓고, 해장국 한 그릇으로 눙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경제적인 관념이 잡힐 기회가 없었다고요.


김월식 : 그런 경우가 허다하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을 도제 방식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동시대의 예술 구조를 생각해보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죠. 도제를 벗어나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어쨌든 학교에서 졸업 후에도 제대로 예술 활동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사회화 교육을 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작가들도 어렵겠지만 스스로 견적도 내보는 일을 해 버릇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학예사와 갤러리스트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봐요. 전 개인적으로 좋은 학예사, 갤러리스트들을 만나서 많이 배웠어요.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프로듀서의 역할까지 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미술계에는 전시에 필요한 실무를 풀어주고, 펀딩을 해서, 전시를 운영하는 전문 프로듀서가 없거든요. 큐레이터가 이런 것까지 다 같이 해야 하니까 전문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아티스트 피 문제 역시 대충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해요.



- 아티스트 피를 줄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하다


현승인 : 무엇보다도 아티스트 피를 제대로 지급하기 위해선 미술관들의 예산이 확보되어야 할 텐데요, 지금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박소현 : 사립 미술관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공립 미술관의 경우에 현재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에요. 심지어 가장 중요한 미술관의 컬렉션 예산도 책정하지 못하는 공립 미술관도 있어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업비 자체의 규모도 그다지 여유가 없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죠. 적은 사업비를 가지고 많은 전시를 돌려야 하다 보니 예산 항목을 잡을 때, 아티스트 피를 반영하기 어렵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봐야겠죠.


김월식 : 이건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국공립 미술관 중에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지역문화재단을 거쳐서 예산이 편성되는 곳도 있어요. 전자와 후자의 경우가 예산 편성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현재 지역문화재단을 거쳐서 예산이 편성되는 어느 국공립미술관의 경우에는 소장품 같은 건 생각도 못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서비스 차원에서 1년에 여러 개의 전시를 돌려야 하다 보니 아티스트 피는 언감생심인 거죠.


현승인 : 이와 관련해서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 2014-2018>에서 2015년부터 창작자에 정당한 전시비용을 지급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작가보수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금의 전시 시장 규모를 유지하면서 아티스트 피를 지급하기 위해선 추가로 예산이 확충되어야 할 텐데요, 미술진흥을 목표로 한 정부의 계획안에는 어떻게 예산을 확충하여 아티스트 피를 줄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 여러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 2014-2018> 원문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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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 ‘작가보수제’와 더불어 아쉬운 부분은 저작권에 대한 부분이에요. 아티스트 피는 전시가 끝나면 사라지는 한시적인 비용일 뿐이에요. 전시 계약서 내에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어떻게 처리를 할 것인지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티스트 피만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현재 아티스트 피에 관한 미술계의 논의들이 폭넓게 예술가에 대한 경제적 보상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것으로 확장되면서 아티스트 피 개념을 한정하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미 미술계에서 작가의 작품이나 작가의 활동범위는 요즘 유행하는 OSMU(One Source Multi-Use) 형태로 존재해 왔죠. 문제는 그러한 작품의 활용범위나 작가의 활동범위가 경제적 보상과 직결해서 고려되지 못한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작품의 경제적 이동과 관련된 추급권 문제도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작가의 작품이 갤러리에서 위탁판매된 후 옥션에서 다시 재판매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차액이나 수익금들이 작가에게는 전혀 돌아가지 않고 있거든요. 따라서 중요한 점은 오늘 주제인 아티스트 피만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논의의 범위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설정할 것인가가 될 듯합니다. 


 

 

추급권

미술품이 한번 팔린 후 재판매되어 소장가가 바뀔 때마다 작가들에게 일부의 수수료를 주도록 하는 근거가 되는 권리. 작가에게는 영원한 소득 원천이 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시행되고 있으나, 미국은 이부 주에서만 시행되고 있고, 아시아는 아직 추급권의 개념이 없다.

 

 




김월식 : 저작권과 같은 문제는 미술뿐 아니라 영화나 가요 같은 대중문화산업에서도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문제잖아요. 그러므로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고 예술계 전체가 연대를 통해서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 아티스트 피는 작가에 대한 존중의 문제


현승인 :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시를 강행하고 작가들에게 아티스트 피를 지급하지 않는 상황 뒤에는 작가에 대한 존중 부재가 자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초 이야기가 불거졌던 ‘공장미술제’에서 해외 초청 작가와 국내 작가의 대우가 확연히 차이가 났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요.    


김월식 : 존중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죠. 예술이 제도화되고 그 시스템 안에서 행정이라는 업무의 중요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예술 현장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본적으로 예술가들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지원해야 할 일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눈앞의 성과를 위해 처리해야 할 일로 바뀌어버렸어요. 정말로 그 안에 반드시 있어야 할 중요한 것이 싹 빠져버렸어요. 예술가들은 굉장히 감성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느끼게 되죠.


박소현 : 주객전도 된 느낌을 많이 받죠. 미술관이든 갤러리든 작가가 있고 작가의 활동이나 작품에 기대어 성립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공 차원에서 미술관이 건립되는 과정이나 예산이 투입되는 측면은 작가나 그의 활동에 대한 존중과 대우보다는 미술관의 물리적 건물을 세우는 것이 우선되고, 그다음에 그 건물을 채우기 위한 작품이나 작가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부차적이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실제로 그 작품들을 누가 어떻게 창작했는지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즉 예술가는 보이지 않고 작품을 중심으로 한 미술관 정책이라는 측면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한 마디로 생산자(창작자)를 도외시한 작품의 사물화라는 측면이 개선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김월식 : 굉장히 감정적으로 느끼고 있는 건데요, 같은 액수의 지원금을 받아도 어느 곳에서는 나를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만, 어느 곳에서는 전혀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아요. 이 사람이 날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인지 그냥 사무적인 관계로 대하고 있는 것인지 바로 느껴져요. 존중이 사라진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다 보니 이런 문제들이 더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소현 : 아주 중요한 말씀인데요? 실제로 ‘2012 예술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09년 대비 지원금 규모는 늘어난 데 반해 예술인들이 체감하는 정책 만족도나 지원 만족도는 더 낮아졌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따라서 단순히 지원의 규모를 늘리는 것보단 지원방식에 대해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즉 지원을 통해서 예술가들의 공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물론이고 예술가들이 스스로 사회적 위상과 역할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원과정에서의 ‘예술가 존중’과 ‘설명의 의무’가 보다 섬세하게 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김월식 : 그리고 이런 존중과 신뢰가 국가시스템에 대한 신뢰로까지 이어진다고 봐요. 지금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경력증명’ 역시 예술인들의 큰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잖아요. 아티스트 피를 책정하기 위해선 아까 말했던 것처럼 등급을 나눌 수밖에 없을 텐데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면 지금보다 더 말이 많아지겠죠. 예술인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홍보를 계속하면서 예술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수정, 보완해나가려고 하는 의지를 계속 보여줘야 해요.




- 대박을 노리기보단 작가의 권리 위해 차근차근 노력해야 


현승인 : 아티스트 피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아티스트 피에 대해서 논의를 할 때 앞서 나온 이야기 외에 추가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을까요?


박소현 : 아티스트 피가 지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원인으로 지급 기준 미비와 예산의 부족, 그리고 아티스트 피에 대한 의식이 부재해서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이 외에도 현 미술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와도 관련이 있다고 봐요. 국내외적으로 미술 시장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다 보니 작품을 생산한 뒤 생산한 작품이 즉각적인 경제적 보상으로 연결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는 전시란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홍보하면서 무형의 가치를 더해가는 과정이었죠. 그럼으로써 작품 판매 시의 경제적 가치 역시 증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시장의 양극화는 작품 판매가 한 번의 ‘대박’이나 ‘승자독식’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불확실한 시장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 수밖에 없고, 거기에 경제적 보상을 비롯한 사회적 인정과 같은 광의의 보상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거에요. 최근 국내에서 아티스트 피를 비롯해 ‘예술노동’에 대한 논의가 불거진 것은 눈에 띄는 특정 사건들만의 탓은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창작활동의 경제적 보상을 불확실한 시장 구조 속에서 미루기 어려워진 상황, 그러한 끝이 보이지 않는 유예 속에서 생존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 현재 예술가들이 고민하는 지점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티스트 피를 논의할 때 미술 시장의 양극화를 포함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월식 : 2007, 8년 쯤 미술 시장이 확 커진 적이 있어서 그런지 그 대박에 대한 기대를 아직 버리지 못한 것 같아요. 그때 갑자기 왜 그렇게 됐는지 저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 이후로 많은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장르를 팔리는 쪽으로 바꿨어요. 그런데 그 대박이라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거든요.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언젠가 대박이 터지면 보상을 받겠다는 생각보다는 현실적으로 지금 작가로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박소현 : 동시대 미술 흐름을 보면 이제는 단순히 작품 판매를 통해서만 경제적 보상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아티스트 피가 지급되지 않는 원인을 작가들의 의식이 부족해서라든가 집단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쳐서는 곤란해요. 예술의 공적인 기능은 우리나라 법률에서도 명시적으로 인정, 보장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예술지원에 대한 정당성도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즉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아티스트 피는 그러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돌아가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점이 최소한 공공영역에서는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러한 관점과 지원방식의 변화가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아티스트 피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게끔 예산 확보 등의 방안을 모색해봐야죠.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예술가에 대한 경제적 보상에 대해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글 : 현승인(funkaline@gmail.com)

  

 

원문링크 : http://blog.naver.com/kawf486/220400136188